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공약을 전격 철회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지원 대상과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시급히 지원하자고 했다. 당초 ‘초과 세수’를 활용해 전 국민에게 지원하자고 주장했지만 올해 재정 적자가 75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었다. 표심을 잡기 위해 돈 뿌리기를 시도했다가 비판 여론과 정부·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20일 만에 궤도 수정에 나선 것이다.
이 후보가 지난달 말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 100만 원을 지급하자는 발언을 불쑥 꺼낸 뒤 소모적 정쟁과 혼란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재난지원금 100만 원 채워주기’ 지침에 따라 전 국민 1인당 30만~50만 원 추가 지급을 시도하다 1인당 20만 원 지원 수준으로 낮췄다. 재정 당국까지 버티기에 나서자 이 후보는 결국 ‘번복’ 카드를 내밀었다. 그간 드러난 당정 갈등도 볼썽사나웠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비협조적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겨냥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한다”는 겁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앞으로도 여당발(發) 포퓰리즘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이 후보가 “아쉽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마지 못해 접는 듯한 인상을 풍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적자 국채 발행 규모가 104조 원에 달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녹록지 않음을 유념해야 한다. 재정 지출 확대에 따라 9년 후 국가 채무가 2,20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까지 나왔다.
무분별한 돈 풀기는 인플레이션 징후를 보이는 경제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 아니라 금권·관권 선거 논란도 일으키게 된다. 차제에 이 후보는 기본소득·기본주택, 청년 소득세 면제 등 무차별적인 선심 공약을 모두 재검토해야 한다. 가용한 재정은 코로나19로 고통을 당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데 써야 한다. 이제는 여야 후보들이 현금 살포에 주력하는 포퓰리즘을 접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비전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