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도넘은 마이데이터 마케팅”… 금감원, 은행들에 질타

이찬우 수석부원장, 19일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과 간담회

"과도한 경품 제공 및 실적 할당 등 불건전 관행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전예약 이벤트. /사진 제공=각 사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전예약 이벤트. /사진 제공=각 사




시범 서비스 개시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고객 유치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 당국이 이례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이찬우 수석부원장 주재로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SC제일·씨티은행 등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과 가계대출 금리 운영 현황 점검 회의를 열었습니다. 연일 급등하는 대출금리에 금융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불만이 늘어나는 터라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관심도 온통 이 문제에 쏠려있었죠. 실제로 이 수석부원장과 간담회 직후 은행회관 출입구에서 진행된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도 대출 공급 억제와 금리 산정 체계에 대한 일문일답이 주로 오갔습니다.

그런데 금감원은 회의 결과를 정리한 참고자료에서 마이데이터 이야기를 불쑥 꺼냈습니다. 금감원은 “은행권과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 리보금리 산출 중단 등 현안사항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면서 “특히,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대한 마케팅 과정에서 과도한 경품 제공 및 실적 할당 등 불건전 관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애써 점잖은 표현을 썼으나 도를 넘어선 판촉행사에 대한 질책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죠.

우리은행 행원들이 지인들에게 돌리고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전예약 이벤트 참여 안내문. /독자 제공우리은행 행원들이 지인들에게 돌리고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전예약 이벤트 참여 안내문. /독자 제공




불을 댕긴 건 우리은행입니다. 지난 8일 제네시스 GV60을 내건 마이데이터 사전예약 이벤트를 시작했습니다. 행원들도 지인들에게 가입을 권유하는 등 공격적으로 영업에 뛰어드는 모습입니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일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과도한 마케팅, 내부 직원 강제할당 등 시장질서 혼탁 등을 야기할 수 있는 행위는 자제토록 향후 시장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나갈 계획”이라고 엄포를 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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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KB국민은행은 보란 듯이 지난 17일부터 제네시스 GV70을 1등 경품으로 내걸고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들어갔습니다.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은 겁니다. 금감원이 중차대한 금리 이슈를 다루는 회의석상에서 재차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이유죠.

물론 은행들이 법령을 어긴 건 아닙니다. 신용정보업 감독규정에 근거한 본인신용정보관리회사의 행위규칙에 따르면 3만 원을 초과하는 금전·편익·물품 등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을 유도하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다만 추첨 등의 방식을 쓸 경우 평균 제공금액이 3만 원을 넘지 않으면 됩니다.

금융 당국은 은행들이 이런 예외 규정을 악용했다고 본 거죠. 한 당국자는 “통상적 수준을 벗어나는 출혈경쟁을 벌일 경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사업자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비스의 질이 아니라 홍보에만 매달리는 등) 소비자 편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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