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제2의 요소수 사태 막으려면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

복합 공급망 위기 갈수록 심화

당장 급한 불 끄는데 급급 말고

보건 포함 안보와 직결된 품목은

포괄적 공급망 관리 체계 구축을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강인수 숙명여대 교수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장해서는 안 되지만 반복되는 정부의 늦장 대응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글로벌 경제에서 기후변화와 ‘포괄적 안보’가 핵심 어젠다로 부상하면서 공급망 재편과 더불어 ‘신(新)자원 전쟁’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 2019년 일본이 불화수소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부품·장비에 대해 수출 규제를 했을 때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자급도를 높일 필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소부장 정책이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당시 문제가 된 포토레지스트(81.2%), 플루오린 폴리이미드(93.1%)의 대일본 수입 비중은 여전히 높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통해서도 특정 국가에 대한 필수 원자재의 과도한 수입의존도가 초래할 위험성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범용 제품’의 경우에도 글로벌 공급망의 단기적 효율성보다는 안전성과 복원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그런데 이번 요소수 사태를 통해 이러한 변화에 대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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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에 가입한 호주를 응징하기 위해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것이 오히려 중국의 석탄 부족과 전력난을 초래했다. 그동안 중국은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요소를 생산했는데 최근 석탄 가격이 급격히 오르자 지난달 15일 요소에 대해 수출화물표지(CIQ) 의무화 제도를 시행했다. 이는 기존에 없던 수출 절차로 자국 내 수요를 우선 충족하기 위한 사실상의 수출 제한 조치다. 한국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려 요소 생산 업체 대부분이 문을 닫아 2011년 이후 국내 요소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는 차량?산업용 요소의 97%를 중국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요소수는 디젤 차량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정부가 2015년 9월 ‘유로6’라고 불리는 환경 규제를 시행하면서 경유차에 요소수 투입을 의무화했다. 요소수는 화물 차량 등에 의무적으로 장착하게끔 돼 있는 질소산화물저감장치(SCR)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필수품이다. 현재 운행되고 있는 디젤 화물 차량 중 60% 정도가 SCR이 장착된 차량이기 때문에 요소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물류대란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사태 발생 3주가 지나서야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당장의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 해제 요청, 러시아·인도네시아 등 수입처 다변화,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 검토, 요소·요소수 매점?매석 금지, 신속 통관과 검사 기간 단축 등의 조치를 취하고 이달 안에 ‘경제안보핵심품목TF’를 신설해 연말까지 100~200대 핵심 품목을 지정할 예정이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충격에 대비해 경제 안보 핵심 품목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내 생산 설비 확보 방안과 조달청 전략비축 등 장기 수급 안정화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미봉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것에 급급하지 말고 정책 간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보다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입 품목 1만 2,586개 중 특정 국가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이 3,941개에 달하고 그 가운데 그 특정 국가가 중국인 품목이 절반에 육박하는 1,850개에 이른다. 모든 품목의 국내 생산을 늘릴 필요는 없지만 보건을 포함한 국가 안보와 직결된 품목의 경우 확실한 국내 조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비용이나 환경 기준 등을 감안하면 무작정 국내 생산을 늘릴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상충되는 정책은 정비돼야 한다. 요소수 사태에서도 나타났듯이 모든 대책에는 트레이드오프(정책의 상충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복합 공급망 위기가 더 심화할 것은 분명하다. 통상·안보·자원·환경·산업·보건 분야를 포괄하는 통합적인 공급망 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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