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美, 공급망에 현지 노조 허용까지 압박…재계 "무역확장법 등 수입쿼터 풀어야"

■美 USTR 대표, 재계와 회동

삼성·현대차 등 고위급 임원 만나

印太전략 언급…경제와 안보 연계

진출기업엔 노동자권리 강화 주문

재계, 반도체 기밀요구 등 우려 표명





허창수(오른쪽)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캐서린 타이(왼쪽 두 번째) 美 USTR 대표, 제임스 김(왼쪽) 암참 회장이 20일 서울 종로 포시즌스호텔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전경련허창수(오른쪽)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캐서린 타이(왼쪽 두 번째) 美 USTR 대표, 제임스 김(왼쪽) 암참 회장이 20일 서울 종로 포시즌스호텔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전경련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국내 재계 고위급 임원을 만나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표면적으로는 상호 ‘윈윈’을 모색하는 자리였지만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을 향해 △‘탈(脫)중국’ △미국 노동자 권리 강화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라는 압박을 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 중인 타이 USTR 대표는 전날 서울 종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주한미국대사관·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공동으로 주관한 ‘특별 리셉션’에 참석했다. 타이 대표의 연설에 이어 참석자들 간 의견 교환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현대차·LG에너지솔루션·SK온·GS글로벌·한화솔루션·CJ대한통운·효성·DB하이텍·삼양 등 국내 대기업 고위급 임원들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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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타이 대표는 한미 양국의 상호 호혜적 관계 강화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모색을 위한 비전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글로벌가치사슬(GVC)이 주된 화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갈등 중인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경제 동맹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에 대항해 공급망·디지털·기후변화 등을 앞세워 미국이 주도하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구상인데 미국이 말하는 공급망 재편은 단순히 미국 동맹에 합류하라는 뜻을 넘어 중국과의 단절을 얘기한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로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양국 사이에서 곤란한 상황이지만 결국 미국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미 중국은 자국 보호주의를 내세워 국내 기업을 차별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은 선택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타이 대표의 이번 행보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기업 임원들에게 ‘노동자 중심 통상 정책’을 언급한 부분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타이 대표가 SK·LG의 미국 투자를 언급하면서 노동자 중심 통상 정책을 얘기했다”며 “미국 노동자 권리를 존중하느냐, 노조를 인정하는냐 여부를 통상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미국 정부가 자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을 향해 ‘노동자 권리 강화’를 주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국내 기업은 공급망 재편 속에 잇따라 미국 내 현지 생산 거점을 늘리고 있다. ‘친(親)노조’ 성향의 바이든 정부는 노조를 둔 자동차 회사 전기차에만 세액 공제를 부여하는 인센티브 법안을 추진 중인데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주요 공장은 노조 없이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타이 대표가 국내 기업들에 노조 설립을 포함한 광범위한 노동자 권리 강화를 주문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묶여 있는 한국산 철강 수입 물량을 늘리는 등 수입 규제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가 요구한 것과 마찬가지로 상사주재원 비자(L비자) 체류 기간을 현재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국내 항공사의 항공기 부품 무관세 수입을 위해 미국 업체들이 원산지 증명서 발급에 협조하는 등의 내용도 함께 논의됐다. 미국이 이달 초 국내 반도체 업계의 주요 정보를 수집한 것과 관련해 타국 정부가 기업의 주요 기밀 사항을 요청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허 회장은 “양국이 함께 공정한 글로벌 기업 환경을 조성하고 첨단 산업 분야 협력을 통해 세계 번영을 위한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진혁 기자·김인엽 기자·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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