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절벽’에 내몰렸던 금융 소비자들이 한숨을 돌리고 있다.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이 잇따라 대출 재개를 결정하면서 곧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지난 1일 가계 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 이행 계획을 점검하는 ‘태스크포스(TF) 킥오프(Kick-Off) 미팅’을 열고 “금융회사들의 대출 관리 체계 내실화를 통해 대출 중단 등 실수요자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촘촘하게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던 대로다. 지난 19일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주재한 8개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 회의에서도 금융 당국은 이런 정책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를 전후해 대출을 중단했던 은행들이 속속 재개 사실을 밝혀온 이유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다음 달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다시 취급하기로 한 데 이어 하나은행도 가계대출 재개를 결정했다. 하나은행은 우선 23일 오후 6시부터 하나원큐아파트론·하나원큐신용대출 등 모바일 대출 상품과 영업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신용대출 상품을 다시 판매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총량 관리(전년 대비 증가율 6%대)를 위해 지난달 20일 가계대출을 사실상 전면 중단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12월부터는 주택 및 상가·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 구입 자금 대출도 취급할 예정이다. 당초 연말로 예정했던 재개 시점을 한 달가량 앞당긴 것이다.
하나은행은 “가계대출이 안정적으로 관리됨에 따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대비 올 10월 말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이 5.2%에서 지난 18일 기준 5.14%로 0.06%포인트 감소했다. 금융 당국이 총량 규제에서 제외해주기로 한 4분기 전세대출 취급분을 빼면 이보다 더 줄어든다는 게 하나은행 측 설명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대출 중단이란 극약 처방을 꺼내든 결과 은행들은 더 깐깐해진 금융 당국의 관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오는 26일까지 내년 가계대출 취급 계획을 제출하라며 시중은행들에 공문을 보냈다. 연간 가계대출 총량과 분기별·월별 공급 계획을 담아야 한다. 일정이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빨라진 데다 내역도 세세해진 것으로 이번 대출 중단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본부장은 “금융 당국의 강한 대출 총량 관리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이해된다”면서 “제2의 대출 중단 사태는 막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