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가 에너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대비한 강력한 탄소 저감 정책, 호주와의 외교 갈등에서 비롯된 석탄 공급난, 대거 확충한 수력·풍력발전의 전력량 감소 등으로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또 석탄이 전체 발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에서는 발전소 석탄의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천연가스 수입의존도가 65% 이상인 유럽연합(EU)은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가스 비축량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시기에 재생에너지의 현황과 투자 계획은 중요하다. 글로벌 회계 법인 언스트앤영(EY)이 매년 2회 발표하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국가별 매력지수(RECAI)’ 2021년 하반기 보고서에서 한국은 40개 국가 중 2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지난 2020년 상반기 17위, 하반기 13위로 상승세였지만 올해는 상반기 17위에 이어 하반기에도 연속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역대 최고 점수를 받았음에도 다른 국가들의 정부 지원 정책, 투자, 인프라가 향상됨에 따라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이 호황을 누리며 국가별 평균 점수가 상승한 것이 순위 변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1위를 차지한 미국은 태양광 사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올 1분기 기준 100GW를 돌파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태양광발전 비중을 미국 전체 전력의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뒤를 이어 중국, 인도, 프랑스, 영국 순으로 투자매력지수 상위 5개국이 선정됐다. 특히 올 상반기 5위에서 한 단계 상승한 프랑스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 비중을 50%로 유지하면서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율을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 영국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앞서 한국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 지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것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존의 26.3% 감축과 비교해 매우 도전적인 수치로 현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했고 수소차 및 수소충전소 보급률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소 분야 선도 국가이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현재 22만 톤 수준의 수소 사용량을 2030년까지 390만 톤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2030년까지 총 12GW의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총 36조 원을 투자해 6GW 규모의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한다.
이처럼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정책 지원이 증가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시장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가변적인 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그리드 인프라에 상당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향후 한국이 글로벌 재생에너지의 리딩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RECAI 10위권 진입을 위해서는 수소 산업의 지속적인 활성화, 해상풍력의 개발,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참여, 탄소 중립의 단계적 진행 및 그리드 인프라 투자가 중요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