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2금융

감사보수 최대 4배 불렀다...회계법인의 '봉'이 된 저축은행

[우려 커지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

증선위 지정 감사인과 3년간 계약

선택권 없는 저축은행 협상 유명무실

감사비용 평균 2.3배 껑충 뛰어

업계 "소비자에 부담 전가될 것" 걱정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주기적감사인지정제’ 시행 이후 저축은행권에서는 감사인으로 지정된 회계법인들의 고액 감사 비용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총 감사 보수가 기존 대비 4배까지 상승한 곳도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 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23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외부감사법에 따른 주기적감사인지정제 시행으로 인해 최근 7개 저축은행에 감사인이 지정됐다. 이들 저축은행들에 회계법인들은 기존 대비 평균 약 2.3배, 최대 4배가 증가한 총 감사 보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정 감사 시 감사 보수가 일정 수준 증가할 수 있지만 감사 시간과 시간당 보수가 증가하는 등 총 감사 보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지정 사유가 회계 부정이나 기업 부실이 아닌 주기적 지정임에도 불구하고 단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주장이다. 주기적감사인지정제는 상장사 혹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가 6년 연속으로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이후 3년간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법상 시행일은 2020년도이고 저축은행의 경우에는 2021년 처음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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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감사 업무 수행 모범규준’에 따르면 감사인력·시간·보수 등 감사 계약과 관련해 해당 기업과 충분히 협의하도록 하고 있으나 협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계법인들은 지정 감사 저축은행이 협상력이 낮은 점을 이용해 감사 시간, 시간당 단가 등 감사 보수 책정 근거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감사인이 지정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좋으나 싫으나 3년간 해당 회계법인과 함께 가야 하는데 회계법인의 과도한 가격 산정으로 부담이 큰 상태”라며 “가격 협상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의 비용 증가는 결국 금융소비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은행은 저축은행보다 자산 규모도 크고 업무도 다양해 감사 범위가 넓지만 시간당 단가가 저축은행보다 낮다. 지방은행은 자유 선임 시 시간당 단가가 약 10만~12만 원 수준인 반면 저축은행 지정 감사 시 시간당 단가는 약 13만~17만 원 수준이다.

금융 당국도 현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 10월 지정 감사 품질 제고 감독 방안을 발표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감사 보수가 책정돼야 한다고 밝혔지만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는 것이 현장 분위기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정 감사 시 감사 시간 및 시간당 단가 등 감사 보수가 합리적으로 산정될 수 있도록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과 회계법인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감사인 지정 시 1개의 회계법인을 지정·통보해 기업의 협상력이 제한되는 만큼 복수의 회계법인을 지정해 기업이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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