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노원 10채 중 9채가 20년 훌쩍…"정비 활성화·신도시 '투트랙' 가야"

■서울 절반이 노후 아파트

강남보다 노도강 등 외곽 더 낡아 '빈익빈 부익부' 부채질

30년 넘은 아파트 빼면 실질 주택보급률 96% 아닌 70%대

"규제 풀고 지자체별 맞춤 대책으로 양질의 집 공급 확대를"





통계청의 올 3월 발표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6.0%(2019년 기준)다. 수치상으로는 충분한 듯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일종의 ‘착시 효과’라고 지적한다. 보급된 주택을 모두 양질이라고 전제하기 때문에 노후 아파트 거주자들의 이주 수요를 과소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노후도를 고려하면 서울의 실질적인 주택 보급률은 30년 넘은 아파트를 제외한 72~75%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준공 30년이 지나면 거주자의 삶의 질 저하가 본격화하는 만큼 주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준공 20년이 넘어가는 시점부터 정비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준으로 볼 때 서울 아파트 중 절반 이상은 이미 재건축과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주거 수요가 집중되고 있지만 10채 중 9채가 20년 이상의 노후 아파트인 자치구마저 존재하는 것이 서울의 현실이다.



2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노후도가 가장 높은 자치구는 노원구로 20년 이상 아파트 비율이 전체의 89.6%에 달했다. 이어 도봉구가 79.5%로 높았으며 △광진(68.5%) △양천(63.1%) △영등포(59.21%) △관악(58.1%) △강북(57.7%) △구로(57.4%)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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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4구의 경우에도 강남이 53.2%로 절반을 넘기는 했지만 △강동 36.3% △서초 38.5% △송파 46.5%로 노후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강남 지역보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상대적으로 외곽 지역들의 재정비가 더 시급하다는 의미다. 윤 교수는 “현 추세를 그대로 둘 경우 서울에서도 돈이 없는 계층은 노후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빈익빈 부익부’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기 신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1기 신도시가 포함된 고양·군포·부천·안양·성남은 일제히 20년 이상 노후 아파트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경기도에서 이들을 제외하고 노후 아파트 비율이 과반인 곳은 전체 26개 도시 가운데 광명(52.2%)과 구리(54.9%), 안산(54.0%), 여주(55.4%), 이천(51.4%) 등 5곳 정도다.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고 자체적인 산업 기반을 갖춰 일찌감치 주거 벨트가 형성된 지역일수록 노후 문제에 직면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각 도시의 상황에 맞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 2000년 초반에 지어져 현재 준공 16~20년 구간에 속한 아파트가 31만 3,517가구에 달한다. 현재의 아파트 총가구 수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서울의 노후 아파트 비율은 오는 2026년 70%를 넘어서게 된다. 30년 초과 아파트도 33.6%로 3채 중 1채꼴이 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목동 등 서울 재건축 아파트들은 대부분 1차 정밀안전진단 단계에서 정체되는 경우가 많으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도입 이후 사업성을 우려해 속도가 나지 않는 분위기도 팽배해 있다”면서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한 재건축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의 경우 이미 용적률이 높아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단지가 많은 만큼 각 지자체들이 상황에 맞는 지구계획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용적률을 높이는 대신 공원이나 도로로 기부채납을 받는 식으로 정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과 1기 신도시의 노후 아파트 정비가 지금처럼 진척이 더딜 경우 3기 신도시 조성 등 정부의 공급 정책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장 불안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서울 강남에서도 은마 아파트나 잠실주공5단지 등 노후 아파트에는 집주인이 거주하기보다 세입자가 거주하는 비율이 높다”며 “결국 집주인들은 보다 쾌적한 주택에 거주하려는 수요가 따로 발생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신규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니 재고 주택 시장에서 수요 초과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수도권 주택정책은 신규 공급 지역 확보와 함께 규제 완화를 통한 정비 활성화라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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