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종전 0.75%에서 1%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제로금리’ 시대가 끝을 맺었지만 금리 인상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 기업들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지난달까지 금융 불균형 완화를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던 금융 당국이 이달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 결정은 경기 여건이 가장 중요하다”는 발언을 하며 장기 금리 전망치에 대한 눈높이가 한 단계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5일 하나금융지주(086790)는 2.19% 하락한 4만 2,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KB금융(105560)도 0.87% 내린 5만 7,100원을 기록했다. 삼성생명(032830)(-1.36%)과 한화생명(088350)(-2.55%) 등 생명보험사와 현대해상(001450)(-2.14%), 삼성화재(000810)(-2.07%) 등 손해보험사의 하락률은 상대적으로 더욱 컸다.
은행주의 경우 금리 인상기에는 순이자마진(NIM)이 상승하기에 실적 개선의 여지가 커지고 보험주는 고객 보험료를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금리 인상에 따른 수혜를 고스란히 누리는 업종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날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보험주는 오히려 하락이 두드러졌는데,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상이 충분히 예고돼 있던 데다 한은의 장기 금리 인상에 대한 의지가 11월 들어 한풀 꺾인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을 기점으로 한은은 금리 인상의 긍정적 효과(금융 불균형 완화)보다 부정적 효과(경기 위축)에 점차 부담을 느끼는 듯 보인다”며 “10월 금통위 이후 시장은 오는 2022년 말 기준금리 수준을 1.75~2.00%까지 반영하고 있었지만 한은의 공격적 금리 인상 의지가 완화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장기 금리에 강한 하방 압력이 가해진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주열 한은 총재가 ‘1분기 금리 인상을 배제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밝히며 내년 1분기 추가 금리 인상은 있겠지만 이후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당사는 2022년 말 기준금리를 1.25%로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증시에서 금리 인상은 유동성 위축에 대한 불안을 일으키는 악재로 작용하지만 이날은 증시에 큰 영향도 없었다. 금리 인상 등이 이미 예고된 뉴스였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코스피는 외국인·기관의 매도세에 전 거래일 대비 10~15포인트가량 하락한 2,980선을 오갔는데 금리 인상 발표가 나온 후로도 큰 변화가 없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02포인트(0.47%) 하락한 2,980.27로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