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긴축속도 늦어지나…은행주 11개월만에 최대 급락

오미크론 충격에 금리인상 지연 우려

금융업종지수 하락폭, 코스피 압도

카카오뱅크 7%↓·KB금융 올 최대 낙폭

"테이퍼링 등 영향줄지 더 지켜봐야"





은행·보험 등 금융주들이 ‘오미크론’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경기 둔화 우려로 이어질 경우 향후 금리 인상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금융주는 최근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개시 결정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오미크론 변수라는 불확실성을 맞이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시중 금리 등 매크로 지표 하락에 경기 둔화 공포가 커지면서 금융주들의 하락세를 이끌었지만 실제로 긴축 속도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주들이 일제히 급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KRX은행지수의 경우 이날만 3.62% 하락해 지난해 12월 29일(-4.91%)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KRX증권(-2.96%)·KRX보험(-3.16%) 역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금융지수들이 모두 올해 최저점을 찍은 코스피지수의 하락 폭(-2.42%)을 압도한 셈이다.



은행 대장주 카카오뱅크(323410)의 경우 6.69%나 급락한 6만 3,700원을 기록하며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위 종목 중 하락 폭이 가장 컸다. 2등 주 KB금융(105560)도 4.52% 빠진 5만 2,800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올 들어 최대 낙폭이다. 신한지주(055550)(-4.55%)·하나금융지주(086790)(-3.19%) 등도 동반 하락세로 마감했다. 증권·보험주들 역시 모두 급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미래에셋증권(006800)(-3.16%)·한국금융지주(071050)(-4.56%)·삼성생명(032830)(-3.55%)·한화생명(088350)(-6.57%) 등이 모두 3~6%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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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발 충격이 국내 증시를 덮친 가운데 특히 금융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 뉴욕증시 선물, 국제 유가 등 매크로 지표가 하락하며 경기 회복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서부텍사스유(WTI)의 경우 오미크론 영향으로 현재 배럴당 69달러 선으로 내려앉은 상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미크론 충격으로 글로벌 경기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며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금융주들에 특히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7,800억 원가량을 팔아치운 외국인·기관투자가의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금융주들이 대거 포함됐다. 외국인의 경우 KB금융(191억 원)·신한지주(177억 원)·카카오뱅크(169억 원)를, 기관은 카카오뱅크(93억 원)·하나금융지주(86억 원)·신한지주(72억 원)를 집중 매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및 긴축 계획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 역시 우려를 키웠다. 은행·보험 등 금융주는 대표적인 금리 인상 수혜주로 꼽힌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은 예대마진(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과 이자 이익이 증가하고, 보험사는 보유한 채권 수익이 늘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고용과 경제활동에 하방 위험으로 작용하고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하면서 연준의 테이퍼링 등 긴축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더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발 충격이 실제 경제지표들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경기 둔화 우려를 일으킨 것은 맞지만 테이퍼링 등 각국 통화정책 일정에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이 금융시장 불안 및 긴축 지연 우려의 시작점이 된 것은 맞다”면서도 “지금으로선 기준금리를 못 올리는 상황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 역시 “현재 경기 둔화 우려가 많이 작용하면서 금융주를 포함해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이 되고 있지만 정책 변화에 영향을 끼칠지 여부는 오미크론의 지속성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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