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미국인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코로나19 노출과 백신 의무화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한 자발적 선택, 해고 등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2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내 비법인 자영업자는 944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WSJ는 지난 2008년 6월(958만여 명)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면서 전체 고용 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 시장에서 자영업의 비중은 5.9%로 팬데믹 이전인 지난해 2월(5.4%)보다 0.5%포인트 늘었다. WSJ는 “전체 근로자 수는 팬데믹 이전보다 약 3% 낮은 수준을 유지한 반면 같은 기간 자영업자는 6%가량 늘어났다”며 “최소 1,000명의 직원을 둔 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비중도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자영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댈러스의 한 회사에서 마케팅 책임자로 일하던 50세의 킴벌리 프리들은 지난해 9월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을 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자영업이 주는 '유연성'이었다. 프리들은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받는 자녀를 지원하며 직장 내 화상회의와 각종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의 제안으로 아마존 등에서 구입한 물품의 물류 및 반품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업이 안정권에 들면서 수입도 늘었고 7월부터는 회사에서 받던 수준을 벌어들이고 있다.
비자발적으로 자영업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50세의 마커스 그림은 팬데믹 초기였던 지난해 광고 회사에서 해고됐다. 이후 그는 프리랜서들과 고객들을 연결해주는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자영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직장을 다닐 때보다 더 많이 벌고 있다. 그림은 "이전에는 자영업에 대해 항상 생각했지만 배짱이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도 자영업을 선택하고 있다. 워싱턴 주정부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로버트 스펜서는 지난해 10월 코로나19 백신 의무 접종 방침을 거부하면서 결국 직장 생활을 접고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카이저 가족재단이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미접종자의 약 5%는 백신 접종에 반대해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자영업 진출도 원인으로 꼽힌다. 프리랜서 플랫폼 업워크의 헤이든 브라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Z세대의 절반이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로 경력을 시작하는 행보를 보였는데 이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진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맥킨지의 애런 드스멧 선임파트너는 "팬데믹으로 일부 사람들은 잠시 멈춰 그들의 우선순위를 재평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