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표 공약인 국토보유세에 대해 “국민들이 반대하면 안 한다”고 말했다. 며칠 전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에서 걷은 탄소세로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현실적으로 토지세보다 탄소세가 먼저 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떼더니 한걸음 더 나간 것이다. 총 30조~64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탄소세로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으니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국토보유세 공약은 접는 게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연간 총 65조 원이 넘는 법인세를 납부하는 기업들이 과도한 탄소세까지 내야 할 경우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생존하기가 쉽지 않다.
이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공약 철회에 이어 국토보유세 공약 포기를 시사한 것은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구호로 굳어진 강성 이미지에서 벗어나 유연한 리더십을 가진 후보로 포장해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노림수로 보인다. 그러나 이 후보가 “경제 대통령, 민생 대통령”을 외치면서 민간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공약을 내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취임 직후 소상공인·자영업자 50조 원 지원’ 공약을 수용하겠다며 “당장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고 공세를 취했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진정성과 실천이다. 이 후보의 ‘유턴’이 진심이라면 자신의 주특기였던 포퓰리즘 자체를 버려야 한다. 여당 지도부를 내세워 예산안 법적 처리 시한을 앞두고 지역화폐를 21조 원으로 대폭 확대하도록 재정 당국을 압박하는 것은 그의 본질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좌다. 이 후보가 유권자의 신뢰를 얻으려면 기본소득 등 대중인기영합주의 자체를 접고 정책과 비전에서 일관된 태도와 실현 가능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