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성현 칼럼]시장이냐 정부냐 그것이 문제로다

김성현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재명 대선 후보 기본시리즈 공약들

실효성·재원 조달 문제로 비판 받아

정부 만능주의라는 더 큰 위험도 존재

수요공급 따른 시장경제 정책 내세워야

김성현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김성현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전방위적인 활동이 심상치 않다. 본인의 치부를 털어버리려는 사과와 눈물, 큰절을 연이어 시연하더니 ‘디지털 대전환’과 같이 야당 공약처럼 들리는 신선한 정책 공약을 선보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으로 진통을 겪으면서 제대로 된 공약을 내놓지 못하는 틈을 타 핵심 주제들을 선점하고 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지지율을 높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제시하는 정책들의 특징은 국민이 듣기에 혹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방정부를 경영해본 경험과 노련한 정치꾼의 감에서 나오는 정책들은 많은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이 후보의 여러 공약 중 대표적인 것이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등 ‘기본’ 자가 붙어있는 것들이다. 기본소득은 청년에게 연 200만 원, 그 외 전 국민에게는 연 1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구상이다. 기본주택 공약은 무주택자를 위해 건설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역세권 등에서 장기 거주가 가능한 공공주택을 약 100만 호 공급한다는 것이다. 기본금융은 신용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기본적으로 1,000만 원 정도를 저리로 장기 융자해준다는 것이다. 언뜻 서민들을 위한 반가운 정책들로 들린다. 실제 이재명 후보가 집권하게 되면 민주당과의 조율을 거쳐 바뀌거나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러한 공약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관련기사



이러한 기본 시리즈 공약들에 대해 야당 또는 학자들은 주로 정책의 실효성이나 재원 조달에 관해 비판한다. 실제 연간 100만 원의 기본소득은 기본 자를 붙이기도 어려울 정도로 최저 생계 유지에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고, 대부분 사람에게는 효용가치가 거의 없는 액수다. 100만 호 공공주택도 누구 코에 붙일지 턱없이 모자란 숫자다. 표를 얻기 위한 생색내기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재원 조달은 더 큰 문제다. 기본소득 공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50조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100만 호 공공주택 공급도 어디에, 무슨 돈으로 지을지에 대해 전혀 실질적인 대책이 없는 상태다. 늘어나는 국가 부채를 생각하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책들이다. 이러한 기본 시리즈 공약을 비롯한 많은 이재명표 정책 공약들에는 실효성이나 재원 조달보다 더 큰 위험성이 존재한다. 시장의 기능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 만능 주의라는 위험성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는 남들보다 잘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러한 개인의 욕구를 수요공급의법칙에 따라 제때 해소해주는 것이 시장경제다. 내가 은행에서 몇 퍼센트의 이자율로 얼마를 빌릴 수 있는지, 우리 식구가 어디에 몇 평짜리 집에 살 건지는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결정돼야 한다. 정부 주도 경제는 시장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과거 소비에트연방이 아직도 건재해야 하고, 북한이 우리보다 잘살아야 한다. 당장 이번 정부만 봐도 시장을 이기려던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지 않은가. 일자리 정책도 그 많은 돈을 쏟아붓고도 세금으로 만든 단기성 일자리만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부분의 이재명표 정책들은 많이 걷고 많이 퍼주는 정부 만능 주의라는 현 정부 정책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감성에 호소하고 국민을 갈라 쳐서 소수의 있는 자에게서 뺏어 다수의 없는 자를 도와주겠다는 홍길동 적인 전략은 선거에서 성공하기 쉽다. 재벌이나 서민이나 일인당 한 표기 때문이다. 포퓰리즘 정책, 정부 만능 주의 정책 공약이 난무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경제에서만큼은 성공하기 어렵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기 때문이다. 야당이 길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정부에서 다 죽어버린 시장을 되살리는 정책, 수요공급에 입각한 경제 원리를 따르는 정책을 내세워야 한다. 국민이 혹한다고 듣기 좋은 정책, 실패할 게 뻔히 보이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 시간이 걸렸지만 문재인 정부를 통해 국민도 많이 배웠다. 포퓰리즘 정책은 결국 우리를 패망으로 이끈다는 것을. 시장이 정부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