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정의를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어린아이라면 바로 “엄마”, “아빠”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가족 개념에 대한 법률적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일단 고민이 될 것이다. 내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법률적으로도 가족에 해당될까.
얼마 전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다. ‘노부모 부양’ 가점을 받아 주택청약에 당첨됐는데 모시고 있는 어머니가 친어머니가 아니라는 이유로 당첨이 취소됐다는 이야기였다. 5살 때 친어머니를 여읜 사연의 당사자는 아버지의 재혼으로 지금의 어머니와 새로운 가족을 이뤄 38년을 함께 살아왔다고 한다. 문제의 원인은 민법 등을 준용해 주택청약 가점 적용 기준을 주민등록표상에 등재된 직계존속으로 한정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있었다.
현행 민법상 가족의 정의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정부의 가족정책과 가족지원 프로그램의 근거법인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아무리 평생을 함께 살아온 가족이더라도 법률적으로는 가족이 되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법적 정의와 우리 일상에 존재하는 현실 간의 차이는 없어지거나 최대한 좁혀져야 하는 것 아닐까. 특히 청년세대의 경우 법률혼에 대한 부담이 늘면서 결혼을 기피하거나, 경제적 부담 등으로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 최근 고령화로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황혼 동거 가정도 늘고 있다. 현재 법률혼 중심의 민법이나 건강가정기본법 하에서는 이분들이 가족으로서 법적 지위를 누리고 필요한 가족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상당한 번거로움이 존재한다.
정부는 법률혼이 아니라는 이유로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가족의 법적 개념을 넓히기 위해 노력중이다. 가족정책의 패러다임도 많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한부모가족, 조손가족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최근에는 ‘평등’의 관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모든 가족에 대해 보편적 지원을 하고 있다. 또 성평등한 가족문화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모든 가족이 형태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고 부부 간, 부모·자녀 간 평등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전국 240여 개의 가족센터를 통해 각종 상담이나 가족 공동체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자녀의 성(姓) 결정에 있어 부모 협의 원칙이 보장되도록 하고 미혼부의 자녀 출생등록에 불편함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왔다.
‘가족이 무엇일까요’라는 말을 들으면 곧바로 ‘가족은 사랑이다’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사회의 가장 기본단위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바로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닐까. 정부는 우리 사회의 기틀인 가족이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가족 지원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모든 가족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포용사회 실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