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영화 리뷰] 쳇바퀴처럼 답답한 삶, 내게도 희망이 있을까

9일 개봉 '소설가 구보의 하루'

꿈 지키기 어려운 현대인의 내면 그려

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 스틸컷/사진제공=필름다빈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 스틸컷/사진제공=필름다빈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에 눈을 떠본 게 언제였을까.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아마 내일도, 그렇고 그런 하루를 살 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저 쓰고 싶은 글을 쓰며 살고 싶을 뿐인데, 어디선가 누군가가 금방이라도 자신을 향해 “한심한 놈”이라고 내뱉을 것만 같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의 주인공 구보는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박태원의 단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임현묵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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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구보처럼 영화 속 구보도 젊은 글쟁이다. 지금은 폐간된 계간지를 통해 7년 전 등단했지만 소위 '요즘 통하는’ 글이 아닌, 자신 만의 순수소설만 쓴다. 결혼도 하지 못했고, 변변한 수입도 없다. 어머니도, 출판사를 운영하는 대학 선배도 이런 구보의 삶을 걱정하지만 구보는 글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도저히 버릴 수 없다. 서울 거리 곳곳을 배회해 보지만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에서도 삶의 희망이나 긍정 메시지는 찾을 수 없고, 오히려 낙담을 거듭하며 마음은 점점 더 쪼그라든다.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시원하게 소리라도 한번 질러보고 싶지만, 그마저도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욕하는 게 될 듯 싶어 이내 입을 다물고 만다. 쳇바퀴 같이 답답한 삶. 구보의 내일은 달라질 수 있을까.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기운 없이 거리를 헤매는 구보의 뒷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특히 청년들과 무척 닮았다.

임 감독은 “어떤 분야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기란 여간 지난하고 힘든 과정이 아닐 수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의지와 마음가짐으로 그 어려움과 부딪히며 희망을 찾아가야 한다”고 영화에 담은 메시지를 전한다.

주인공 구보 역의 배우 박종환은 뚜렷한 목적 없이 하루 종일 서울 거리를 돌아 다니며 무력감과 소외감을 홀로 삭히는 구보를 매우 현실감있게 연기했다. 김새벽, 김경익 , 류제승 등이 주변 인물로 등장해 구보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 러닝 타임 73분, 12세 이상 관람가.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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