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내년 국세수입 343조로 높여 잡아...3개월만에 전례없는 수정

정부, 예산안 제출 후 5조 상향

부가세 등 납부유예 규모 크다지만

'확장재정용 밑작업' 의심 불가피

올해 역대급 세수오판도 비난 키워

오미크론 불확실성 속 무리수 지적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개회식에서 사회적 경제 성과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개회식에서 사회적 경제 성과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국세 수입이 340조 원을 넘어 역대 최고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가 국회에 내년 예산안을 제출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당정은 유례없이 세입을 4조~5조 원 늘려 잡았다. 올해 19조 원의 초과세수를 만든 ‘역대급’ 세수 추계 오류에다 이례적으로 국회에서도 고무줄처럼 늘리면서 확장 재정을 위해 수입을 확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당정에 따르면 내년 국세 수입 예산은 기존 338조 6,000억 원에서 4조~5조 원 상향돼 343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부가가치세·종합소득세·주세 등의 납부 유예 규모가 많아졌고 종합부동산세 세수가 크게 늘면서 분할 납부하는 점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올 하반기 4조~5조 원 정도의 세정 지원 효과를 반영해 내년 세입 예산을 짰다고 밝힌 바 있어 내년으로 넘어가는 세수가 크게 더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세수 규모는 더 커지지만 증가율은 낮아진다. 애초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당시 314조 3,000억 원보다 7.8% 많게 짰는데 올해 333조 원까지 걷히면서 3%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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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부 유예를 고려해도 3개월 만에 세입을 고친 적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논란도 뒤따른다.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등장 등으로 내년에도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당장 지출을 늘리려고 무리하게 세입을 건드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경우 종소세와 부가세 등의 납부 유예 규모를 6조 2,000억 원으로 추산하면서 내년 국세 수입을 340조 9,000억 원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올해는 323조 원으로 10조 원이나 낮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내년에 들어올 세수가 올해 들어왔는지, 올해 초과세수를 반영해 내년 세수를 재추정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증액한 규모가 얼마나 현실적인 숫자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12월 2일)을 앞두고 이처럼 세입을 확대하면서 세출도 늘리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0일 기자 간담회에서 “예산은 큰 틀에서 정부가 짜서 보낸 정부 안보다는 조금 더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국회에서 예산 심의는 대개 삭감하고 줄인 범위 내에서 증액했는데 수입을 늘리면 더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 올해 예산을 처리할 때도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10년 만에 순지출을 2조 원 늘린 바 있다.

여야는 앞서 2조 4,000억 원 규모의 감액에 잠정 합의했으나 증액 규모에 맞춰 추가 삭감 규모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역화폐 예산 등을 늘려 확장 재정을 추진하는 민주당과 긴축 기조로 소상공인 직접 현금 지원 등을 주장하는 국민의힘이 맞섰다. 여당은 증액 심사를 통해 5조~6조 원가량을 반영해 감액분을 고려하더라도 정부가 짜온 604조 원 규모보다는 늘어난 예산을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재명 대선 후보가 요구한 대로 지역화폐를 올해(21조 원) 이상으로 확대 발행하기 위해 최대 1조 5,000억 원가량의 예산을 추가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정은 지역화폐 발행 예산을 총 1조 원 수준까지 확대하고, 손실보상 지원금 하한액을 현재 10만 원애서 30만~50만 원으로 높이는 데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예결위 활동 시한이 만료되면 자동으로 정부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며,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한 경우 여야는 본회의에 올릴 예산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에도 77조 6,000억 원의 적자 국채를 찍을 예정인 만큼 세입을 높이더라도 나랏빚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위기로 일부 세금 납기 연장을 해준 것들이 내년도 추가 세수로 잡힐 수 있어 세입 예산이 늘어나는 요인”이라며 “그만큼 세출을 늘릴지, 적자 국채를 일부 줄일지를 다 감안해서 심의가 될 것이고 국민적 의견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 기자·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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