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연금 개혁의 큰 그림

한기석 논설위원

연금 도입 목적은 국민 노후 보장

기금 고갈 해결해도 문제 그대로

특수 직역과의 수급 격차 해소하고

국민·개인·퇴직 등 3중 연금 완성을





지난주 여야 대선 주자들 가운데 관심을 끈 사람은 아마도 공적 연금 개혁을 공약으로 제시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다. 그는 “지금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1990년생 청년 세대부터는 연금을 평생 납입해도 노후에 받을 돈이 남아 있지 않다”며 연금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국민연금 기금은 2040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4년 완전히 고갈된다. 청년 세대가 매달 내는 보험료는 한 푼도 쌓이지 않고 기성세대의 연금으로 사라질 뿐이다. 말로는 청년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실제로는 그들의 미래를 갉아먹는 두 얼굴의 기성세대가 되고 싶지 않다면 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공적 연금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연금 종류에 따라 연금 수급액에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대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연금은 상대적으로 덜 주고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가입해 있는 특수 직역 연금은 더 준다. 젊어서 일할 때는 소득이 남들에 비해 적어도 능력 탓이려니 하지만 나이 들어 받는 연금 수급액이 적으면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연금 개혁 논의의 두 번째 축은 국민연금과 특수 직역 연금 간의 형평을 맞추는 일인데 이 경우 특수 직역 연금 가입자가 반발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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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2018년 4가지 국민연금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을 빼면 연금 개혁과 관련해 한 일이 거의 없다. 이 개혁안은 특수 직역 연금은 손도 대지 못한데다 그나마 결정 책임을 국회에 넘겼다는 점에서 개혁 의지가 애초에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욕먹기 십상인 일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연금 개혁에 대해 일언반구를 하지 않는 이유도 짐작이 간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연금 보험료를 더 내라고 할 때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연금 개혁을 들먹이는 순간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공적 연금 간 격차를 줄이자는 주장도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 될 수 있다. 특수 직역 연금 가입자는 171만 명(공무원연금 120만 명, 사학연금 32만 명, 군인연금 19만 명) 정도 된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대선에서 당락을 결정짓는 캐스팅보트 수준을 넘어선다.

두 후보는 그렇더라도 연금 개혁을 외쳐야 한다. 안 후보는 “연금 고갈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사람은 대통령 후보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100% 맞는 말이요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얘기다. 역시 대선 주자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연금 개혁이 오히려 표를 얻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는 4대 공적 연금의 패키지 개혁을 주장하며 “공무원 중에서도 연금 개혁에 대해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이 많으며 무엇보다 대다수 국민이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연금 개혁 논의의 세 번째 축은 공적 연금에 개인연금과 퇴직연금까지 더해 3중 연금의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연금의 도입 목적은 노후 보장이다. 국민연금의 월평균 수급액은 55만 원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는 노후 보장은커녕 끼니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행복한 노후를 약속하는 3중 연금 구조는 자본시장과 연동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연금 적립금을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현재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좀 더 다양화해야 한다. 은퇴가 머지않은 사람들에게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의 납입 한도(연 1,800만 원)를 늘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이들은 정부 홍보가 부족해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으로 노후를 보장받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준비도 소홀했다. 연금 개혁은 단순히 공적 연금의 고갈 차원에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공적 연금 간 격차 해소와 더불어 3중 연금의 큰 틀에서 국민의 노후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선 주자들이 진정 국민의 노후를 걱정한다면 당장 입에 달콤한 포퓰리즘 공약 대신 입에는 쓰더라도 몸을 튼튼히 할 진짜 연금 개혁 방안을 내걸고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한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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