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대중 패션 브랜드 ‘자라(ZARA)’로 유명한 스페인 인디텍스 창업자의 30대 딸이 내년 새 회장에 오른다. 세계 패션계 거물의 딸로 회사에서 15년 일했지만 시장에서는 ‘경험 부족’ 우려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인디텍스의 창업주 아만치오 오르테가(85)의 딸 마르타 오르테가(37)가 현 파블로 이슬라 회장을 잇는 신임 회장이 된다. 마르타 오르테가는 인디텍스에서 15년 동안 근무했다.
이슬라 회장은 “회사의 확고한 위상 덕분에 지금이 변화를 위한 적당한 시기”라며 세대교체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마르타 오르테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과거로부터 배우고 미래를 지향하며 회사와 주주, 고객들에게 봉사함으로써 부모의 유산을 확충하는 데 제 삶을 다 바칠 것이라고 항상 말해왔다"고 밝혔다.
새 회장 내정과 함께 인디텍스의 최고경영자(CEO)도 교체됐다. 2년 동안 인디텍스를 이끈 카를로스 크레스포 CEO는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되고 오스카 가르시아 마세이라스가 새 CEO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30대 창업자 딸의 회장직 승계를 좋은 소식으로 보지 않있다. 이날 스페인 증시에서 인디텍스 새 경영진에 대한 경험부족 우려가 제기되며 주가가 6.1% 급락했다.
로이터는 “오르테가 창업자의 딸 마르타의 회장직 승계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그 시기가 예상보다 빨랐고 새 CEO가 유통업계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게 증권업계의 다수 의견”이라고 전했다. 증권사 케플러는 이번 개편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다. 마르타와 마세이라스 둘 다 회사 경영 능력과 관련해 증명해야 할 게 많다”고 평가했다.
이슬라 현 회장은 지난 2011년 창업주에 이어 회장에 오른 뒤 인디텍스 사세를 크게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임 시기 인디텍스의 주가는 8배로 뛰었고 시가총액은 930억 유로(약 124조 원)로 불어났다. 같은 SPA 패션 분야에서 경쟁하는 스웨덴 H&M 주가는 같은 시기 50% 오르는 데 그쳤다.
포브스에 따르면 창업주 아만치오 오르테가는 자산이 770억 달러(약 91조6,000억 원)로 세계 11번째 부자다. 인디텍스의 지분 59.29%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