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15년 간 부검 3,000여 건을 맡았던 법의학자가 무수하게 담당했던 사고, 살인, 의문사 등 여러 사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고 비극적이었던 이야기 12가지를 모은 책이다. 죽은 이는 말이 없지만, 법의학자는 그 죽은 자의 몸을 둘러싼 맥락을 확인해 신호를 해석하고 진실을 찾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다양한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진리인 ‘죽음이 삶과 매우 가까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은 사건들을 접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전하면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현실적 법의학자의 세계를 소개한다. 머리를 발로 차는 행위는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행위인지, 가슴에 칼이 찔린 사람에게 해야 하는 올바른 응급처치는 무엇인지 등등 법의학자들이 부검을 토대로 알게 된 지식들이 담겨 있다. 이를 의료인 뿐만 아니라 대중과도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사법부와 응급의료 분야의 변화를 끌어내려는 게 저자의 의도다.
법의학자로서 부딪히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코로나19 창궐에 따른 봉쇄령이 시행됐을 때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 중 죽음을 두려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이를 통해 사회적 고립, 지속적인 미디어 경고, 봉쇄령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이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설명한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