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대칭 이론’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김범식(사진)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가 지난 2일 55세를 일기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후학과 유족은 7일 오후 5시 그의 연구업적을 소개하는 자리를 겸해 줌으로 온라인 추도식을 갖는다.
거울 대칭이란 우주에서 발견된 상호 무관해 보이는 현상들이 거울에 비치는 것처럼 서로 관련이 있음을 나타내는 이론이다. 그는 거울 대칭 이론에 관해 독창적인 기하학 이론을 창안해 수학과 물리학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U.C 버클리에서 박사를 한 뒤 포항공대(POSTECH) 교수를 거쳐 2003년 고등과학원에 둥지를 틀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수여하는 ‘한국 과학상’과 포스코의 ‘청암과학상’을 받는 등 다수의 수상실적이 있다. 그는 생전에 “우리가 얼굴에 뭐 묻었나 보려면 거울을 봐야 하는 것처럼 우주를 탐구할 때도 거울 대칭을 이용하면 복잡한 문제를 보다 쉽게 풀 수 있다”고 밝혔다.
거울 대칭 이론은 대수기하, 사교기하, 초끈이론과 상호작용이 활발한 분야이다. 점의 운동궤적은 선들로 가장 빠른 운동궤적은 측지선이다. 하지만 끈이론에는 점입자 대신 끈입자의 운동궤적을 다뤄야 해 2차원 곡면이 나오게 되는데 이들의 가장 빠른 운동궤적은 리만 곡면이 된다. 이러한 리만 곡면들이 3차원 다양체에 얼마나 많이 들어있느냐에 관해, 즉 Gromov-Writen에 관해 1990년대 초부터 수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김 교수는 생전에 “물리학자들이 연구 과정에서 A라는 현상이 B라는 현상과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나 수학적으로 이를 엄밀하게 다루지 못해 공이 수학자에게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연구는 거울 대칭 분야 중 Gromov-Writen 이론에 집중되어 있다. Gromov-Writen 불변량들이 갖는 범주적 특성 개발과 응용을 파헤친 것이다. 예를 들면 4차원 사영공간과 3차원 다양체가 놓여 있을 때, 4차원 사영공간의 Gromov-Writen 불변량과 3차원 부분 다양체의 Gromov-Writen 불변량의 상관관계를 발전시켰다. 이는 종수가 0차원에 한해 알려진 사실인데 최근에 종수가 1인 경우의 거울 대칭도 새로 증명했다. 종수가 0과 1인 경우의 고전적 거울 대칭에서 통일된 관점을 그가 제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