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화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재차 설파했다.
문 대통령은 7일 서울 용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2021 서울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 개회식’에 영상 축사자로 나서 “한국은 가장 절실하게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 국민과 정부는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지지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동북아와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평화는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이라며 “유엔 평화유지 활동은 유엔 헌장에 새겨진 인류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난 70년, 세계 곳곳에서 헌신하고 희생했다. 100만 명이 평화유지 요원으로 참여했고 임무 수행 중 4,000명에 달하는 분이 목숨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평화를 향한 행진을 결코 멈춘 일이 없다”며 “평화가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결국 더 많은 인류가 평화와 함께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세계는 지금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며 폭력적 극단주의와 사이버 위협, 신기술을 이용한 테러 위협, 코로나로 인한 분쟁지역 갈등 증폭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효과적이고 안전한 평화유지 활동을 위해 지금보다 더 긴밀하게 힘을 모아야 하고 정전 감시와 치안 유지, 전후 복구까지 전 과정에서 기술과 의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한국은 유엔의 도움으로 전쟁의 참화를 딛고 개도국에서 최초로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한국은 지금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 600여 명의 요원을 파견하고 있고 10대 재정 기여국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한국은 평화와 재건을 위한 유엔 평화유지 활동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더욱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한국이 2024~202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하고자 한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성장한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한국이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술력과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스마트캠프 구축에 앞장서겠다. 평화유지 임무단의 병력, 장비, 시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통합 관리함으로써 보안을 강화하고 임무 수행 능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한국군이 활동하고 있는 평화유지 임무단에 의무 인력을 추가로 파견하겠다”며 “다른 공여국들의 의무 요원과 공병 양성에 함께하고 장비 확충을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국 정부는 내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선언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바이든 정부는 신장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종족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기타 인권 유린을 감안해 어떤 외교적, 공식적 대표단도 베이징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외교적 보이콧 검토 입장을 밝힌 지 18일 만에 공식 결정을 발표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른 나라의 외교적 결정에 대해서 특별히 언급할 사항은 없다”며 “우리 정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18년 평창, 2021년 도쿄에 이어지는 릴레이 올림픽으로 동북아와 세계 평화, 번영 및 남북관계에 기여하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기본 입장을 계속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