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는 오랜 세월 동안 시인들에게 노래의 대상이었다. 백조는 우아하고 여유로움, 때로는 그 몸짓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력을 상징했다.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은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를 통해 백조를 극적 변신의 카타르시스와 연결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백조는 공포를 의미를 갖게 됐다. 2007년 나심 탈레브가 ‘블랙 스완’이라는 개념을 내놓은 이후부터다. 쉽게 발생하지 않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을 뜻하는 ‘블랙 스완’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개념이 됐다. 최근에는 블랙스완에 이어 또 한 마리 무서운 백조가 등장했다. ‘그린 스완’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해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금융 위기를 지칭한 ‘그린 스완’운 서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위협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린 스완에서 공포가 아닌 희망을 본 이가 있다. 지속 가능 경영의 선구자인 존 엘킹턴이다. 사건이 터졌을 때의 파괴력은 블랙스완처럼 막대하지만 미리 예측하고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엘킹턴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 스완의 개념을 자신 만의 방식으로 재정의했다. 그에게 그린스완은 ‘거대한 해결책’이다. 상황을 잘 이용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꿔 U자형 반등을 끌어낼 수 있고, 경제·사회·정치·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회복과 재생을 추구해 더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와 같은 생각을 집대성한 결과물이 저서 ‘그린스완’이다.
그린스완은 미래가 예상보다 훨씬 좋아질 가능성을 상징한다. 급진적 변화를 일으켜 긍정적 목표에 성큼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큰 변화를 겪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혁신적 변화의 시대는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고, 정계 우열을 뒤집을 수 도 있으며, 거기에서 파생된 정치적 충격은 수십 년 동안 어쩌면 세대가 몇 번 바뀌더라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몰락이 아닌 지속 가능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인류는 마땅히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저자는 호소한다.
엘킹턴은 특히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상을 정상 궤도에 올려 놓는 것은 결국 기업에도 이익이 되는 일이며, 앞으로 10년 간 비즈니스 커뮤니티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모두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요즘 경영계의 화두가 된 ESG(환경, 지속가능성, 거버넌스) 개념 역시 이와 연계돼 있다. 엘킹턴은 경영의 목적 설정, 비즈니스 모델 구축 등에 있어서도 눈앞의 현안이나 이익에만 맞추지 말고, 큰 그림에서 재생 가능성과 회복력을 적극 고려하라고 말한다.
엘킹턴은 그린 스완의 역학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이슈도 제시한다. 저자가 ‘사악하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경계하는 이슈 중 첫 번째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된 바다다. 지금도 바다는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오는 2050년까지 자연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120억 미터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둘째는 말 그대로 인류의 살인자 격인 고칼로리 음식들이다. 셋째, 항생제의 심각한 남용으로 인해 인류와 생태계는 내성이라는 높은 장벽을 마주하게 됐다. 넷째는 지구의 기온을 급격히 상승시키고 있는 탄소, 다섯째는 우주 쓰레기다.
엘킹턴은 그린 스완에 올라타기 위해 필요한 리더의 자질도 언급한다. 알고리즘이나 시스템에 매몰되지 말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좋든 싫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인류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해의 폭을 넓히라고 말한다. 비즈니스 역시 이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책을 통해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 모두 당장 그린 스완의 등에 올라타고 변화에 빠르게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물결이 거세질 것이다.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