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50조→100조...대책없이 공수표 남발하는 여야

'소상공인 묻지마 지원안' 논란

도박판 판 돈 걸듯 경쟁적 약속

내부 조율도 안돼 혼란 빚기도

재원 질문엔 주먹구구식 해명

결국 국민들 부담만 가중 우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신 김관영, 채이배 전 의원의 입당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권욱 기자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신 김관영, 채이배 전 의원의 입당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권욱 기자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소상공인에 대한 코로나19 피해 지원금을 도박판 판돈 걸 듯이 경쟁적으로 올리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들은 적게는 수십조 원에서 많게는 100조 원 이상에 달하는 지원금 약속으로 표심을 현혹하면서도 제대로 된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주먹구구식 해명만 내놓아 국민의 혈세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논란에 불을 더 지핀 것은 10일 김성환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이다. 그는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추경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10조 원 정도는 현행법 내에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같은 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포함해 100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와 관련해 재원 중 10조 원을 추경 편성 없이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해당 10조 원의 출처에 대해 민주당 측은 약 3조 원의 세계잉여금과 2조 1,000억 원가량의 예비비를 거론하고 있다. 세계잉여금의 경우 지방교부세 등을 정산하고 남은 것이다.




하지만 세계잉여금 및 예비비는 법적으로 용처가 제한돼 있어 쌈짓돈 쓰듯 여당 대선 후보 공약 이행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설령 소상공인 피해 지원금용으로 끌어다 쓸 수 있다고 해도 절차가 복잡하다. 우선 세입·세출부 결산을 거쳐야 하는데 이는 내년 2월을 넘겨야 가능하다. 해당 결산을 확정한 뒤에 이를 실제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준비 절차 등이 필요해 4월에나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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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잉여금과 예비비를 동원해도 여전히 김 부대표가 언급한 10조 원의 재원에는 못 미친다. 모자란 돈은 적자국채를 발행해 조달하는 수밖에 없다. 적자부채를 갚기 위해서는 그만큼 세금을 거둬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세금을 거둬 국민(소상공인)을 돕겠다는 조삼모사에 다름없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야당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측이 사전에 당과 조율 없이 ‘100조 원 코로나 지원금’ 방안을 최근 밝히면서 실행 방안을 놓고 고심에 빠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선대위의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은 지난 9일 코로나 손실보상 50조 원 및 사회 재건 기금 50조 원 등 도합 100조 원 규모의 ‘코로나 극복 방안’을 공개해 당내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지원 시기를 집권 이후로 할지, 조기에 할지 등을 놓고 당내 엇박자가 빚어졌다. 결국 이날 선대위를 이끄는 김 위원장 역시 손실보상을 위한 추경 편성을 반대하며 “대선 후보가 얘기할 성격은 아니다”라며 조기 지원에 대해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재원 마련 방안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예산 607조 원 가운데) 부처별로 10%씩 절감하면 60조 원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실현이 거의 불가능하다. 각 부처별 예산의 절반 이상가량은 법적으로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이거나 일정 사업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지출을 해야 하는 계속 사업이다. 그렇다면 의무지출이나 계속사업비를 제외한 나머지 재량지출 사업 중에서 대대적으로 사업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하는데 이를 통해 100조 원을 마련하려면 정부 부처의 재량지출예산 총액 약 300조 원 중 30% 이상을 깎아야 한다. 이로 인해 관련 정책 사업이 중단·지연되거나 취소되면 국정 운영에 대혼란과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재량지출 사업 중 상당 부분은 당해 연도에 경제 활성화나 국민 복지 등 민생을 챙기기 위해 사용하는 예산인 경우가 많아 이를 지연·축소하거나 폐지해 소상공인 지원에 몰아주게 되면 수혜를 받지 못한 국민들과 소상공인 간 갈등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원 본부장은 ‘특별회계 신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별도의 목적세를 만들어 사실상 증세를 하지 않는 한 수십조 원을 조달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수표를 던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재위 한 관계자는 “대규모로 국채를 조달하지 않는 한 여당이 주장하는 연초 추경은 어렵고, 야당의 ‘100조 원 지원’도 증세를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제23회 전국장애인지도자대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권욱기자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제23회 전국장애인지도자대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권욱기자


구경우 기자·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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