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0월 광주를 방문해 5·18민주묘역의 ‘전두환 비석’을 밟았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총장은 존경하는 분이라 밟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랬던 이 후보가 이번에는 경북 지역을 방문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 생명을 해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다”면서도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인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등이 곧장 반응했다. ‘말 바꾸기’ ‘전두환 찬양도 내로남불’ 등 정치권의 반응은 다양했다.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던 윤 후보조차 이 후보를 향해 “왜 자꾸 왔다 갔다 하는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에 강하게 비판했던 민주당은 이번에는 대구·경북(TK) 구애에 나선 이 후보를 엄호하기 바빴다. 중도 확장에 이어 보수까지 끌어안으려는 이 후보의 행보가 자칫 역효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짙은 게 현실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비판이 매서웠다. 심 후보는 12일 “국민의힘 후보가 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전날 경북 칠곡의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발언한 것을 직격한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진 전 교수는 “‘전두환의 공’이라니. 비석 밟고 그 난리를 치더니. 전두환 찬양도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여권을 향해 그는 “윤석열 발언을 비난하던 성난 정의의 목소리들은 다 어디 갔냐. 그때처럼 한바탕 난리를 쳐야 맞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여당의 조심스러운 반응을 향했다.
실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수도권 중진 의원은 “경제 부문에 성과를 설명한 것이지 전두환 옹호 발언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고 충청권의 다른 의원은 “민주주의를 압살한 정치까지 잘했다는 윤 후보 발언과는 차이가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윤 후보의 발언이 재부각될 것을 우려한 국민의힘도 공식 논평조차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대구·경북 지역의 표심을 향한 이 후보의 발언이 다소 선을 넘었다는 지적은 있다. 과거의 발언과 괴리가 크다는 얘기다. 이 후보는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한 11월에는 “흔쾌히 애도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거부감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TK 방문길에서는 전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대구·경북이 낳은,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라고 했고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분이 딱 한 개 칭찬 받을 일은 바로 농지 개혁을 한 일”이라며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하고 경제가 침체될 때 배워야 할 역사적 경험”이라고 평가했다. TK 방문 사흘 째인 이날도 예천을 찾아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면 제가 묻힐 곳, 제 어머니와 아버님이 묻혀 계신 곳이 대구·경북”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전두환·박정희 시대 경제 호황을 경험한 TK 지역에 ‘경제’ 잘하는 대통령 이재명 메시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호남 지지율이 빠져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