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脫탄소 과속에 기업 부담” 탄소중립 기술 세제지원 4배 늘린다

“신성장 원천기술 항목 46개 추가”

산업부, 기재부에 공제 확대 건의

中企 94% R&D전략 등서 애로

기업들 “조세특례제도 개선 필요”

정부 ‘넷제로’ 의지 시험대 올라


정부가 탄소 중립과 연관된 기술에 대한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산업 관련 부처 내에서는 현재보다 지원 대상을 4배 이상 늘리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급격한 탈(脫)탄소 정책에 따라 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과감한 세제 혜택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신성장·원천기술 대상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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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되면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서는 대기업 기준 최대 30%(중소기업 40%)의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원 수위가 한 단계 낮은 일반 R&D 공제(2%)보다 지원 수준이 15배 높아 기업의 수요가 많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내년 1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 시 지원 대상을 추가할 계획”이라면서 “탈탄소와 바이오 관련 기술을 중점적으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처 간 논의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성장·원천기술 항목을 46개가량 더 추가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된 탈탄소 관련 기술은 13개인데 공제 대상을 4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논의에 참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산업부뿐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 등 여타 부처에서도 더 많은 대상에 대한 세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기업이 당장 투자하기 어려운 기술만 제외하고 가급적 지원 대상을 늘리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가 신성장·원천기술 대상 확대를 검토하는 이유는 탈탄소 정책에 따라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2030년까지 기준 연도(2018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40% 낮춰야 하는데 영세한 중소기업일수록 기술 개발 비용에 대한 부담이 특히 크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추가적인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탄소 배출과 밀접한 제조 중소기업 94.4%가 대응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산업계는 지원 대상이 얼마냐에 따라 정부의 탄소 중립 지원 의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정부가 탄소 강제 감축에 속도를 내면서도 관련 지원에는 인색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례로 최근 정부의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수소 산업을 키우겠다면서도 그린수소 생산 기술 등은 신성장·원천기술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경제 5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게 정부의 세제 지원”이라면서 “민관 간담회 자리가 있을 때마다 세제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참에 현실과 동떨어진 조세특례제도를 기업 현장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술 발전을 반영하는 속도가 늦고 해외에 없는 지원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지원을 받기 위한 문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신성장·원천기술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담 인력부터 우선 배치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문제로 별도의 전담 인력을 배치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탄소 중립에 보수적인 중국만 하더라도 고도 신기술 산업에 대한 R&D 우대 지원 대상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선정한다”면서 “‘탄소 중립을 산업 전환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전에 없던 지원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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