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묻따(아무것도 묻고 따지지 않고) 피해만 안주면 됩니다. 당은 상관 없어요.”
얼마 전 한 대선 후보의 연설 일정을 챙기기 위해 찾았던 현장에서 한 시민이 기자에게 전해준 말이다. 아직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 정하지 못했다는 그는, 누가 다음 정권에서 자신에게 피해를 덜 줄지 끝까지 지켜보고 뽑겠다고 했다. 최근 대선 후보들의 현장 유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후보가 가는 곳곳마다 지지자들이 몰리고, 뜨거운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하지만 발언에서 느껴지는 투표 의지는 지지자들 못지 않아보였다.
최근 지지 후보가 없는 ‘무당층’ 비율이 이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지율이 접전을 벌이고 있는 여야 후보들도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혈안이다. 당의 노선까지 포기해가며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정부의 기조와 달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언급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현실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택공사가 토지가격을 보증하는 ‘원가주택’ 공급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존 50조 원 수준에서 논의되던 소상공인 지원 정책도 여야 모두에서 100조 원까지 규모가 늘었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감수한 선택이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냉담하기만 하다.
후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날 T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유권자는 여전히 10.0%에 달했다. 11월 마지막 주 조사에서 12.4%였던 무당층 비율은 지난주 13.0%까지 늘기도 했다. 무당층 내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비중도 무려 33.0%로 높게 나타났다. 같은 조사 내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지지율 격차도 4주째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어 누구도 승리하지 못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무당층’을 두고 여러 가지 전망이 쏟아진다. 대표적인 것이 ‘무당층은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는 예상이다. 여야가 이처럼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는 것도 이를 전제해 “한 표만 더 얻자”는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단정 짓기는 한참 이르다는 생각이다. 소위 ‘퍼주기식’ 정책으로 피해를 본 이들에게 똑같은 포퓰리즘 정책이 통할리 만무하다. 겨우 한 표를 얻으려 ‘샤이중도’ 전체를 잃는 오판을 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