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쏟아지는 '묻지마 진정·고소'에 허덕대는 경찰

진정·탄원 3년새 1.8배나 급증

고발 등 18%↑..."행정력 낭비"

/연합뉴스/연합뉴스




민원인들의 이른바 ‘묻지마’ 고소·고발과 진정·탄원이 남용되면서 경찰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진정·탄원은 3년 전보다 1.8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최근 발간한 ‘2021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진정·탄원은 41만 9,821건으로 2019년(37만 3,560건) 대비 12.3% 증가했다. 3년 전인 2017년 23만 6,998년과 비교하면 무려 1.8배 늘었다. 2012년까지만 해도 10만 건대에 불과하던 접수가 2013년 20만 건대, 2018년 30만 건대로 올라섰고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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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탄원만큼은 아니지만 같은 기간 고소·고발 접수도 늘었다. 지난해 고소·고발은 34만 9,248건으로 3년 전 29만 5,522건 대비 18.2% 증가했다. 고소·고발은 가해자의 행위가 명백할 경우 진행하며 그렇지 않음이 밝혀지면 무고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진정·탄원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당했지만 대상자를 모를 경우나 피해를 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 몰랐을 경우 등 적용 범위가 더 광범위해 비교적 접수가 쉽다.

문제는 이 같은 고소·고발·진정·탄원이 남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4년간(2016~2020년) 고소·고발 사건의 기소 의견 송치율은 29%대에 불과해 범죄 수사나 치안 유지에 쓰여야 할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경찰은 전기료 체납 독촉 문자를 보낸 한국전력공사를 협박한 혐의, 타인의 양봉이 자신의 토종벌 집에 날아와 벌을 죽이고 꿀을 훔쳐 간다며 절도 혐의로 고소·고발한 사건 등을 반려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국민신문고·사이버경찰청 등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도 민원을 신청할 수 있게 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국민의 권리 의식 향상과 인권 감수성이 강화됐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적법한 고소·고발권을 보장하면서 남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소·고발 피의자를 선별 입건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주요 6대 범죄를 제외한 모든 수사권을 경찰이 갖게 되면서 고소·고발·진정·탄원 접수 건수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난해 같으면 검찰에 접수했을 만한 안건이 경찰로 더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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