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울산대병원 암센터를 신축하면서 음압병실도 함께 추진했는데 국가 차원에서는 음압병실에 대한 요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보다 나은 의료 접근성과 감염병 관리를 위해 음압병실 설치를 주장한 결과 정부의 지원 기준을 넘어선 병상 규모와 최신 시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12년 12월 울산에 첫 음압병실이 문을 열 당시만 해도 울산 지역에 들어서는 최신 시설이란 것 외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국내 몇몇 병원에 도입되기 시작한 음압병실이 울산에 조금 일찍 들어왔다는 선에서 울산시민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울산대병원 음압병실은 지역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잡았다. 감염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았던 10여 년 전에 이를 미리 준비한 인물이 조홍래(사진) 울산과학대 총장이다.
조 총장은 지난 1997년 현대중공업그룹이 운영하는 울산공업학원 산하 울산대병원 의과대학 교수로 울산과 인연을 맺은 뒤 울산대병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울산대 산학협력부총장 겸 산학협력단장을 지냈고 울산공업학원 산하 울산과학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조 총장은 울산대병원 외과 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울산 지역에서는 어렵다고 여겨졌던 암 치료 및 장기이식 분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현재 울산대병원이 암 치료와 장기이식 전문병원으로 성장하는 데 선도자 역할을 담당했다.
2011년에는 울산 지역에 암센터를 유치했고 이를 시작으로 신축 암센터 건립과 정부의 다양한 보건의료 국책사업을 유치하는 등 울산 지역 공공의료 발전을 위해 헌신해왔다. 특히 지역 의료계와 울산시민의 오랜 염원이던 상급종합병원 승격을 이뤄내는 등 지역 내 의료전달체계 구축에 이바지했다.
조 총장은 “당시에도 울산대병원이 울산에서 대학병원의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광역시인 울산시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의료 분야에서 국책 사업이 한 건도 없었다”며 “의료 정책에서 소외된 울산을 거점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후 조 총장은 울산대병원장 재직 시절 울산 지역 신종 감염병 예방과 신속한 치료를 위해 국가입원치료병상을 유치했다. 신축 암센터 건립에 맞춰 정부의 지원기준을 초과한 과감한 시설 투자로 동해남부권 최초이자 최대인 음압병상 5병상과 비음압격리병상 46병상 등 총 51병상의 국가입원치료병상을 설치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했을 때 울산 지역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끄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를 계기로 병원 내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감염 위해요소를 차단하는 노력도 병행했다. 감염병에 취약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고 의사, 간호사 등 전담 의료인력 확충, 지역 의료계와 예방 정보 공유 등의 시스템을 마련했다.
조 총장의 선견지명은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울산대병원은 지역의 유일한 코로나19 치료병원으로 시민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감염병관리시설 운영관리 부문에서 질병관리청장 표창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국가방역 및 대응체계 구축의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감염병관리시설 평가’에서 진료 실적 1위로 선정됐다.
울산과학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 조 총장은 울산대 산학협력부총장 겸 산학협력단장으로 근무하면서 산학협력을 통한 지역인재 양성에도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울산대 링크플러스( LINC+)사업단장과 지역선도대학육성사업단장 등을 맡아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밑거름을 마련했다.
울산대 산학협력단장 재직 시에는 재난안전교육센터(공무원 재난안전교육, 자동차산업 퇴직자 재교육·재취업 지원), 조선해양산업인재양성센터(조선해양산업 퇴직자 재교육·재취업지원), 범죄예방보안센터(경비원 교육) 등의 센터를 설립했다. 각 센터를 통해 정부의 지원사업을 유치하며 지역산업의 위기에 대응한 인력 재교육과 재취업 등을 지원하는 등 지역대학과 지역사회의 상생과 발전을 이끌었다.
울산대병원장으로 근무할 때도 LINC+사업과 의료 분야 융합모델을 추진했다. 또 산학협력단을 통해 울산금연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지역사회의 의료, 보건, 교육에도 크게 기여했다. 조 총장은 “울산대와 울산과학대가 산학협력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울산 지역사회의 많은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른 시기에 정착한 산학협력이 인구 감소와 인력 유출로 고민하는 지자체와 다른 대학에도 모범이 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