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부동산 규제 정책과 자만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26번 규제로 시장 망가뜨려놓고

임기말까지 대출 억제 '마이웨이'

최근 하락세는 국민 학습의 산물

자찬 아닌 복합적 정책 내놓아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2월 8일에 열린 제3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아파트 값은 하락 진입 직전 수준까지 안정되고, 지방은 가격 하락 지역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진단한 것에 대해 뜬금없고 무책임한 자화자찬이라는 세간의 비판이 드세다.

지난 5년 동안의 수많은 집값 논란에 대한 학습은커녕 내 집 마련이나 주거 이동을 학수고대하는 국민을 기만하는 듯한 발언은 매우 충격적이다. 정부 고위층의 발언은 극히 신중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 통계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설득력과 진실성이 핵심이다. 개인적 희망 사항을 마치 사실인 듯 발표하는 것은 자칫 시장을 더욱 교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임기 내내 부동산 규제만 하다가 정권 말년에 버블세븐 지역 발표 및 분양가상한제 등 강도 높은 가격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화 정책을 시행했으나 당시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한 세계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아 역전세난 등 자산 가치 하락으로 많은 금융기관을 파산으로 내몰았다.



문재인 정부도 똑같은 규제 일변도의 주택정책만 26번이나 쏟아부었지만 시장의 역습으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그런데도 정권의 말기에 대출 규제라는 강수를 둠으로써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맞물려 노무현 정권 말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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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중국 최대 부동산회사인 헝다그룹의 파산과 미국과의 경제 전쟁으로 우리나라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가고 있으며 변이종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팬데믹 경제 침체가 지속될 염려가 겹치자 세계적 석학들이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하고 있다.

국가적 관점에서 큰 그림을 보면서 주택 시장을 전망해야 할 경제부총리가 지금 해야 할 말은, 급변하는 해외 환경에 처한 국가 경제 시스템의 건전성 여부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포악한 세계경제 파도 위의 돛단배에 불과하다.

최근에 주택구매지수가 떨어지며 집값이 내려가는 지역이 나타나고 전세 물량이 수요를 초과하는 현상은 시장의 영리함과 국민의 학습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지,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층의 이념적 주택정책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한다.

주택 수요를 100이라고 보면 이 중 30% 정도의 자발적 임차인과 주거 취약 계층을 제외한, 구매력 주택 수요 집단인 약 20%의 자산 계층 대부분은 이미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하고 비정상적 주택 시장을 이탈해 비트코인과 금융자산 등으로 이전했다. 30% 정도의 주거 이동 계층 중 유효 수요 집단은 똑똑한 한 채로 갈아탔으며 약 20%의 내 집 마련 계층의 상당수는 대출 규제로 주택 구매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집값 안정화 착시 현상 이면의 국내 환경은 위 요인 외에도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있다. 구매력 주택 수요 집단의 대다수는 대선 후를 보며 당분간 다른 재테크로 옮겨가고 있다. 따라서 이 수요가 대선 이후에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주택 시장으로 다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2022년 침체가 우려되는 국제 경기변동의 대응책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도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식주의 하나인 주택 시장이라는 활화산이 폭발하지 못하도록 가격 규제, 대출 규제, 세금 폭탄, 임대차 3법 등과 같은 돌무더기를 덮어 놓는다고 심연의 활동이 멈추지 않는다. 폭발의 시간만 잠시 늦출 뿐인데 차기 정권에서 발생할 문제이니까 나는 책임이 없다는 생각은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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