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기아·삼성證은 '삼정'…SKT는 '한영' 낙점

[내년 대기업 회계감사 판도 변화]

삼정KPMG, 7년만에 기아 감사인으로

EY한영, 현대제철·아모레퍼시픽 맡아

SKT는 삼일→안진→한영으로 교체

독립성 이슈에 감사인 재지정도 잦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따라 내년도 대기업 회계감사 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삼정KPMG는 기아(000270)의 새 감사인으로 지정됨에 따라 현대차(005380)·기아의 재무제표를 동시에 감사하게 됐다. EY한영은 삼성물산(028260)·현대모비스(012330)·SK텔레콤(017670) 등의 새 감사인으로 유력한 상황이다. 다만 올해엔 ‘독립성’ 이슈 때문에 대기업과 ‘회계 빅4’ 간 감사 계약 체결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빅4 회계법인은 웬만한 대기업에 해외 법인 실사, 인수합병(M&A) 관련 컨설팅, 내부 회계 관리 제도 구축 등 재무제표 감사 외의 용역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회계법인이 금융 당국에 자체적으로 감사인 재지정을 요청하는 사례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15일 회계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기아의 내년도 감사인으로 삼정KPMG를 지정했다. 삼정KPMG가 기아의 회계감사를 맡는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기아의 원래 감사인은 EY한영이다. 이에 따라 삼정KPMG는 현대차와 기아의 회계감사를 동시에 맡게 됐다. 삼정KPMG는 2019년부터 현대차의 재무제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도 삼성증권(016360)의 새 감사인도 삼정KPMG가 맡을 예정이다.



이번에 삼정KPMG가 기아·삼성증권의 새 감사인으로 정해진 것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때문이다. 기업이 감사인을 6년간 자유롭게 선임했다면 그 다음 3년은 금융 당국으로부터 감사인을 지정 받는 제도다. 2018년 11월 신(新)외부감사법이 도입되면서 처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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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회계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2019년 삼성전자의 감사인이 약 40년 만에 삼일PwC에서 딜로이트안진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가 32년간 회계감사를 맡아오던 딜로이트안진 대신 삼정KPMG와 감사인 계약을 체결한 것도 신외감법 때문이었다. 올해는 소규모 기업에 밀려 지난해 감사인 지정을 받지 못했던 기아·SK텔레콤·삼성물산 등이 대상 회사로 거론되면서 ‘감사인 지정발(發)’ 큰 장이 열렸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EY한영은 SK텔레콤·삼성물산·현대모비스·현대제철(004020)·아모레퍼시픽(090430)·NAVER(035420)의 감사인으로 지정됐다. SK텔레콤과 삼성물산의 현 감사인은 각각 삼정KPMG와 삼일PwC다. 회계 업계 관계자는 “비록 SK텔레콤·삼성물산·현대모비스 등을 지정 받긴 했지만 현대글로비스·하나금융지주·CJ대한통운·한국항공우주(KAI) 등 기존 고객이 다른 회계법인을 맞게 된 상황이라 이번 감사인 지정의 효과는 EY한영 입장에서 중립적”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올해엔 ‘독립성’ 이슈로 인해 감사인을 재지정하는 사례가 빈번했다는 후문도 나온다. 외부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회사에 내부 회계 관리 제도 구축 용역이나 M&A 관련 자문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모비스가 금감원으로부터 처음 지정 받은 감사인은 딜로이트안진이었다. 그러나 딜로이트안진이 금감원에 “재지정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서 지정 감사인이 EY한영으로 바뀌었다. 딜로이트안진이 현대모비스 해외 법인 실사 용역을 내년까지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EY한영도 최종 계약에 앞서 감사인 독립성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감사인 후보를 두 차례나 바꿔야 했다. 맨 처음에 지정 받은 감사인은 삼일PwC였으나 이후엔 딜로이트안진으로 재지정됐다. 삼일PwC가 SK그룹의 내부 회계 관리 제도 용역을 맡고 있다는 점이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엔 또 EY한영으로 변경되는 등 감사인 지정에 난항을 겪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독립성 이슈 때문에 감사인을 재지정 받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감사인 지정으로 인해 삼성그룹이 빅4 회계법인에 컨설팅·M&A 자문을 맡기는 것이 복잡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EY한영이 삼성물산의 감사인으로 정해지면서 삼일PwC(삼성바이오로직스)·삼정KPMG(삼성생명)·딜로이트안진(삼성전자) 등 빅4 회계법인이 모두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계감사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삼성그룹의 회계감사 업무는 삼일PwC가 사실상 독점해왔다.


심우일 기자·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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