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논의 결과 발표를 앞둔 15일 오전(현지 시간) 다우존스 등 3대 지수는 모두 전일 대비 마이너스였다. 투자자들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만큼 불안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오후 2시 들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내년에 최소 3회의 금리 인상을 시사한 점도표가 공개되자 3대 지수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연준이 내년 3회를 비롯해 오는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세 번, 두 번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시장의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논평했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18명의 위원 중 12명이 최소 3회 이상 인상을 언급했음에도 되레 금리 인상 로드맵이 나왔다고 반색했다.
시장의 반응과는 별도로 이날 파월 의장은 꽤 매파적이었다. 그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종료와 금리 인상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별개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미국 경제가 강하다. 둘 사이에 큰 시간(long delay)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다만 “테이퍼링이 끝나기 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이를 고려하면 첫 금리 인상 시점이 현재로서는 내년 5~6월 안팎이 유력하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3월로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이날 웰스파고는 5월, 씨티와 증권사 제프리스는 6월 가능성을 제시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정도가 3월로 빨라질 수 있다고 봤다. 내년 3월 FOMC는 15~16일에 열린다.
이날 연준은 월가의 관심이 큰 대차대조표 축소에 관해서도 처음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1월 4조 1,000억 달러였던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양적완화(QE)를 시행하면서 현재 8조 7,000억 달러로 9조 달러 수준까지 불어난 상태다. 파월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대차대조표 축소와 관련해) 첫 논의를 했다”며 “다만 아무것도 정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는 지난번에 어떻게 했는지를 되돌아봤고, 그것이 매우 흥미로웠으며 유익했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짚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2017년과 달리 현재 미국 경제가 상당히 강하고 인플레이션은 훨씬 높아 이전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2016년 1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연준은 이듬해 6월 네 번째 금리 인상을 마친 뒤에야 대차대조표를 줄여갈 것이라고 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도 연준은 금리 인상 후에 대차대조표를 줄여나가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며 “지난번에는 네 번째 인상 뒤에 대차대조표 축소 발표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당시보다 빠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 경제는 내년에도 상대적으로 강하고 인플레이션도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연준의 경제 전망을 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예상치는 5.5%로 9월 예상(5.9%)보다 낮아지지만 내년에는 3.8%에서 4.0%로 더 낫다. 실업률도 올해 4.3%를 찍은 뒤 내년에는 3.5%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사실상 최대 고용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파월 의장은 “오미크론과 관련해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면서도 “사람들은 코로나와 같이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백신을 맞게 되면 (오미크론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매파 연준보다 무서운 것들이 있다”며 “공급망 문제가 잦아들고 경기가 생각보다 좋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긴축을 하는 정책 실수를 할 수 있는데, 더 심각한 것은 코로나19 재확산에 긴축 자체를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연준이 실제로는 내년에 3회보다 적게 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미크론과 인플레이션 하락 폭이 변수로 꼽힌다. 웨스턴자산운용의 존 벨로스 애널리스트는 “파월 의장이 내년에 3회 인상이 굳어지는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라며 “연준이 내년 3월이나 6월에 금리 인상을 고려하기 시작할 때 경제와 인플레이션이 지금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