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정농담] 中·인도보다 많은 K감염, 15년만에 투표율 낮출까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코로나 사망 100명 육박...확진자 아시아 2위권

세계 최고 접종률에 마스크도 잘 썼는데 확산세

정부, 결국 '거리두기'...정은경 "이달 중 1만명"

文 "국민께 송구" 이례적 사과...野 "기모란 경질"

尹·李 비호감 상승에 방역강화까지 무당층 영향

대선 투표율 촉각...하락하면 2007년 이후 처음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연합뉴스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위중증 환자, 사망자 수가 연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면서 정부가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 복귀 카드를 꺼냈다. 정부가 조기 백신 도입에 실패했음에도 순식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접종률을 기록할 만큼 협조를 다한 국민들도 덩달아 허탈감에 빠졌다. 마스크를 과감히 벗어던진 서구권 국가들과 달리 접종 완료, 일상회복 후에도 꿋꿋이 마스크를 쓰며 견뎠기에 상실감은 더 큰 분위기이다. 국내에서는 ‘K-방역’ 홍보가 이어졌지만 실상 최근 한국의 하루 확진자 수는 아시아의 모든 나라 중 베트남에 이어 2위권을 형성할 정도로 많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귀국 직후 이례적으로 국민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냈다. 앞으로는 얼마나 빨리 일상회복을 해내느냐보다 거리두기 조치가 언제까지 이어지느냐에 더 큰 관심이 쏠리게 됐다. 정부의 방역 조치와 일상 재회복 여부는 투표율, 지지율 등 여러 면에서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도 강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여야 대선 후보를 둘러싼 온갖 논란 속에 ‘내년 3월9일 대통령 선거 투표장에서도 방역 패스(백신 접종 증명·음성 확인)가 적용되는 게 아니냐’는 자조적인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연합뉴스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연합뉴스


위중증 1,000명, 사망 100명 육박…하루 확진자 아시아 2위권

지난 한 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연일 7,000명을 넘으며 신기록을 다시 썼다. 한국의 최근 하루 확진자 수는 인구가 10억명이 넘는 중국, 인도보다 많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아시아 전체로 한국보다 확실하게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나라는 베트남뿐이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과 같은 인구 대국은 물론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선진국에서도 확진 사례가 급감한 지 오래다. 일본에 확진자가 적은 게 미스터리가 아니라 이제는 한국에 확진자가 많은 게 특이 사례가 됐다. 더욱이 80%가 넘는 한국의 백신 2차 접종률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현재 한국보다 확진자가 많은 국가들은 미국, 영국, 유럽 등 서구권에 주로 몰려 있다. 이들 나라에는 아직도 하루 수만 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발생 중이다. 다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상회복 후 마스크 쓰기 등 개인 방역을 한국인만큼 철저히 한 나라들은 아닌 것으로 분류된다. 한국처럼 ‘위드 마스크’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위드 코로나’를 실험한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다. 14일 0시 기준으로 하루 사망자는 94명에 이르렀다. 신규 위중증 환자 수도 18일 0시 기준 1,016명까지 치솟았다. 누적 치명률도 계속해서 올랐다. 중증환자 병상 부족 문제도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기저질환을 달고 사는 장년층이 일상회복을 기점으로 순식간에 감염에 노출된 결과였다. 한국은 그간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데 반해 노인 누적 확진자 수가 적은 걸 방역의 강점으로 삼았다. 국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개인 방역 수칙을 충실히 준수한 덕에 백신 접종 전에도 치명율이 미국·유럽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상황이 악화된 데는 백신별 항체 형성 기간·효과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


靑 “모든 나라가 'K-방역 최고'라 해…밤잠 못자고 고민”

방역 상황이 점점 심각하게 흐르자 청와대도 고심이 깊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진작 했어야 했다”는 외부 전문가들 지적도 잇따랐다. 12~15일 문 대통령의 호주 국빈 방문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방역 패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난 13일과 14일 점심시간에는 식당, 카페 등에서 백신 접종 여부를 증명할 QR코드 시스템이 이틀 연속 먹통이 돼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3일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12일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청와대가 직접 서울에 있는 상급병원 4개를 조사했는데 격리 해제됐거나 해제될 가능성이 높은 중환자가 그대로 중환자실에 계신 사례가 30~40% 됐다”며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 기준에 따르면 증상 발현 후 20일, 중증환자가 병원에 입원한지 1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퇴원하게 돼 있다. 우리는 그렇게 야박하게 못하고 국민들을 더 돌보려고 노력한 것인데 미국 CDC 같은 기준을 마련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호주 국빈 방문과 관련해서는 “이미 시스템이 총리 중심으로 잘 돌아가고 있고 대통령은 국내에 있을 때처럼 보고받고 지시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정부 방역을 비판한 데 대해서는 “정부를 비판해야 표가 되는 선거공학은 알겠지만 국민이 함께 이룬 성과마저도 폄훼하는 것은 국민 노력과 희생 헛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K-방역은 저희가 칭한 게 아니라 G7(주요 7개국) 등 모든 나라가 한국을 최고라고 한 것”이라며 “코로나 극복과 경제 모든 것이 정부가 잘한 것이 아니라 국민께서 이룬 업적이다. 대통령도 문재인 정부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역대 정부 성과가 누적된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14일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국민의 민생이라는 부분을 밤잠을 못 자면서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가 우물쭈물한다는 비판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연합뉴스김부겸 국무총리. /연합뉴스


45일만에 결국 거리두기 부활…또다시 4인·9시 규제

주중에도 방역 상황은 나아지지 않자 정부는 그간 예고한 ‘특단의 조치’를 꺼냈다. 기존 거리두기 4단계에 준하는 조치였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6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에서 “사적모임 규모 축소와 영업시간 제한을 포함하는 좀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를 시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렵게 시작했던 단계적 일상회복의 발걸음을 45일 만에 잠시 멈추고자 한다”며 “멈춤의 시간 동안 정부는 의료대응 역량을 탄탄하게 보강하겠다”고 다짐했다.

세부적으로는 전국에 걸쳐 동일하게 사적모임 허용인원을 4인까지로 축소하고 식당·카페의 경우 접종완료자로만 4인을 구성케 하는 등 방역 패스 강화 조치를 꺼내들었다.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마스크 착용, 취식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운영시간을 제한하기로 했다. 유흥시설 등 1그룹과 식당·카페 등 2그룹 시설은 밤 9시까지만 운영하게 하고 3그룹 시설 중 영화관, 공연장, PC방 등은 밤 10시까지만 운영을 허가하기로 했다. 또 대규모 행사·집회의 허용 인원을 줄이고 일정 규모 이상의 전시회, 박람회, 국제회의 등에도 방역 패스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거리두기 조정방안은 18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16일간 적용된다. 김 총리는 “국민들께서는 적극적인 백신 접종으로 화답해 달라”며 마스크 착용, 주기적 환기, 적극적 진단검사, 모임·행사·회식 자제를 요청했다.



김 총리는 같은 날 소셜미디어에도 글을 올리고 “일상회복의 길에서 ‘유턴’이나 ‘후퇴’가 아니라 꼭 필요한 ‘속도조절’”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일부에서 오해하는 것처럼 방역의 수위를 조절하고 일상회복의 속도를 결정하는 일에는 어떤 정치적 논리도 끼어들 여지가 없다”며 “정부는 결코 허둥대고 있지 않다”고 역설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브리핑에서 “이달 중 약 1만명, 내년 1월 중 최대 2만명까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文 “방역 재강화, 국민께 송구...병상 준비 충분치 못해”

상당수 국민들은 그간 정부가 일상회복은 결코 되돌릴 수 있는 길인 것처럼 홍보하다가 별 다른 해명도 없이 입장을 바꾸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간 정부가 시키는대로 2차 접종률만 높이면 일상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믿고 최선을 다해 협조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단계별로 고무줄처럼 적용되는 거리두기 조치를 어느 나라보다 오랜 기간 감내했다. 정부의 착오로 백신 도입이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늦었음에도 거리두기만으로 몇 달을 더 버텼다. 이는 전세계가 찬사를 보낸다는 ‘K-방역’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백신 접종 후발 주자임에도 접종률이 단기간에 세계 최선두로 올라간 것도 국민들의 유례 없는 참여 열기 덕이었다. 얀센 등 선진국들이 잘 맞지 않는 백신도 군말 없이 접종했다. 정부의 백신 수급 불안으로 접종이 지체된 적은 있어도 국민들의 집단적 거부로 늦어진 적은 없었다. 심지어 한국 국민들은 미국·유럽인들과 달리 백신을 다 맞고도 마스크조차 벗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 계획이 틀어졌다고 정부가 또다시 백신 접종,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라며 국민들을 압박하자 불쾌감을 표시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방역 최고위 책임자들이 사과 한마디 없이 지시만 내리는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많았다.

명분 없는 방역 조치 선회에 문 대통령도 결국 백기를 들었다. 16일 이례적으로 국민들에게 사과 발언을 한 것이다. 호주 순방에서 돌아온 다음 날이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본인이 아닌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입을 통해 사과를 전달했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하게 돼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중증환자의 증가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등의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강화된 방역 조치 기간에 확실히 재정비해 상황을 최대한 안정화시키고 일상회복의 희망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특히 일상회복으로 기대가 컸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상실감이 크므로 최대한 두텁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신속 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연합뉴스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연합뉴스


‘일상회복’ 국민과의 대화, 연하장 무색…文 지지율 일단 선방

문 대통령 내외가 연말을 맞아 각계각층에 발송한 신년 연하장 내용도 무색해졌다. 연하장 첫 머리에는 “마스크와 함께 하는 생활이 두 해나 이어졌지만 국민 여러분의 협조 덕분에 우리는 일상을 회복하는 희망의 계단에 올랐다”고 적혔다. 지난달 ‘일상으로’를 주제로 진행했던 ‘국민과의 대화’도 의미가 퇴색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책임자 문책 없이는 진정성도 없다”며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의 경질을 촉구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자영업자 지원을 거론하며 “현재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검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용 가능한 예산을 활용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도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보상금의) 신속 지급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추경 편성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 악화와 방역 강화가 일단 문 대통령과 여권 지지율에 악재가 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여전히 40%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랐다. 일부 조사에서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거꾸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윤 후보와 박빙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조사도 많았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 지난해 4월 총선 때처럼 일단 여권에 호재로 작용할 기미가 보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연합뉴스


거리두기 언제까지 할 지 몰라…대선 투표율 등 영향 촉각

강화된 거리두기 조치가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는 앞으로의 변수다. 거리두기 효과가 나타나는 데까지 최소 1~2주 시차가 걸리는 데다 현 조치가 더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미크론 등 새로운 변이가 얼마나 기승을 부리느냐도 문제다. 가뜩이나 대장동·고발사주 의혹과 윤 후보 아내, 이 후보 아들 논란 등으로 대선판이 혼탁해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유권자들의 투표 의지를 더 꺾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경쟁적으로 높아지는 국면에 방역 스트레스까지 이어질 경우 무당층의 표심도 흔들릴 수 있다.
1987년 직선제 재도입 이후 역대 대선 투표율은 1987년 89.2%, 1992년 81.9%, 1997년 80.7%, 2002년 70.8%, 2007년 63.0%로 20년간 꾸준히 떨어졌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중도·무당층으로 분류됐던 젊은층의 정치 무관심을 한탄하는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나왔다.

그러다가 투표율은 대선 구도가 양 진영으로 명확히 나뉜 2012년 75.8%로 반등한 뒤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한 2017년에는 77.2%까지 올랐다. 젊은층의 투표율을 걱정하는 의견은 어느새 쏙 들어갔다. 20~30대 표밭은 외려 후보들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그 옛날 젊은이’들은 어느새 40~50대가 돼 현 정부 최대 지지층이 됐다. 만약 내년 3월 대선에서 투표율이 77.2%보다 떨어진다면 이는 15년만의 하락이 된다.

물론 코로나19와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투표율에 영향을 못 끼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게 나온다. 실제로 코로나19 공포가 극에 달했단 지난해 4월 총선 투표율은 66.2%로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28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백신 접종 시작 국면에서 치러진 올해 4·7 재보궐 선거 역시 55.5%의 투표율로 역대 재보선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후보들에 대한 검증 시선을 분산해 투표율을 높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유권자들이 대선 직전 현 정부 방역 성과를 실적, 실정 중 무엇으로 판단하느냐도 각 후보 지지율을 흔들 요인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현안 보고를 받으면서 “김대중 정부의 핵심 성과가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극복이었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의 대표 성과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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