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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만난 디자이너]<12>대전 중구 선화동의 디자인스튜디오 '노네임프레스'

대전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스튜디오

제약과 규정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래픽 시도

지역은 담고 경계는 허물고파

늘 새로운 도전 꿈꾸는 꿈돌이처럼


서울 종로구의 중심부, 어느 건물 안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는 문득 바깥세상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각자의 장소와 공간에서 특별한 지금을 보내고 있을 그들과 만나 또 다른 미지의 장소와 공간을 탐험해보고자 합니다.




노네임프레스의 박수연, 장영웅 디자이너/사진=구선아기자노네임프레스의 박수연, 장영웅 디자이너/사진=구선아기자




노네임프레스(NO-NAME)PRESS는 박수연, 장영웅 두 디자이너가 뜻을 모아 만든 대전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다. 로컬 스튜디오인 만큼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을 그래픽에 담고자 하며, 이를 기반으로 나아가 지역과 지역의 경계를 허무는 지점을 고민한다. 대전엑스포의 마스코트 ‘꿈돌이’ 는 노네임프레스를 통해 동력을 얻어 ‘플립 꿈돌 프로젝트’ 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고향인 대전을 여행하며 대전의 이야기를 그리고, 고향 밖으로 나가 다양한 도시들을 방문하며 넓은 세계를 마주하는 꿈돌이는 노네임프레스가 디자인스튜디오로서 꿈꾸는 모습과 꼭 닮았다.



◇작업실 이야기-정의할 수 없는

Q. ‘노네임프레스’의 시작이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장영웅: 노네임프레스가 정식 사업체 기능을 하게 된 지는 막 1년 정도가 지났어요. 처음엔 대학에서 디자인 프로젝트 팀으로 출발했거든요. 학부 시절 대전에서 공부하고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경험해 보니, 제가 좋아하는 그래픽디자인 장르로는 향유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느낀 갈증이 동력이 돼서 각종 세미나와 전시, 워크숍에 참석하며 디자인을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때 밖에서 접한 다양한 문화들을 제 동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죠. 그래서 학부시절 팀을 꾸려 ‘노네임워크숍 (NO-NAME)WORKSHOP’이라는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학내에서 시작했지만 지역적으로 확장시켜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바운더리를 두지 않게 목표였어요. 그 경험을 통해서 우리가 충분히 자발적으로 팀을 꾸려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할 수 있겠다’ 하는 용기도 얻게 되었습니다.

다니던 학교가 창업 특화대학이라 더 다양한 기회를 접해보고 싶어서 무턱대고 사업자를 내버렸고 덕분에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수연님과 작업실을 셰어하게 됐고요.

박수연:저희는 지역에 있는 그래픽 디자인 모임인 ‘타불라라사 (Tabula Rasa)’에서 함께 활동했어요. 저는 졸업 후 서울에서 4년 정도 회사를 다니고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왔는데요. 때마침 영웅님이 이전 작업실을 떠날 시점이어서 작업실을 함께 사용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주셔서 지금의 작업실을 같이 쓰게 되었어요. 처음엔 같이 일하게 될지 몰랐어요. 작업실을 함께 쓰는 동안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 추구하는 방향과 관심사가 같아서 자연스레 함께 하게 됐습니다. 옆에서 일하는 것을 보니까 배울 점이 많더라고요. 저도 다양한 회사에서 실무를 경험해 봤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Q. ‘노네임프레스’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장영웅: 학부시절 프로젝트 활동을 하면서 이미 ‘노네임’이라는 이름을 사용해왔어요. 이름을 통해 ‘규정할 수 없고 어떠한 제약도 없는’ 느낌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NO라는 단어를 지속해서 가져가면 우리의 정체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다만 NO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치지 않도록 소괄호의 (빈 공간)을 이용하여 브랜드 시스템을 설정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세계관을 통해 노네임의 정체성을 그려가고자 합니다.

Q. 지금의 작업실을 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박수연: 작업실이 위치한 선화동은 저희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이었어요. 서울에 감리나 시장조사 등으로 오갈 일이 많아 대전역에서 가까운 곳이어야 했거든요. 또 저희가 구한 사무실은 인쇄거리와도 꽤 가깝고, 건물도 최근에 리모델링을 마친 터라 여러모로 시작하기에 좋은 환경이었어요. 임대료도 저렴했고요.

장영웅: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대흥동은 학부시절 가르침을 주시던 교수님의 작업실이 있던 곳이었어요. 덕분에 저희에겐 이 근처가 굉장히 친숙한 동네가 되어버렸죠. 중구는 대전을 대표하던 구시가지예요. 장소에 얽힌 스토리나 아이덴티티도 굉장히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곳이기도 하지요. 익숙한 장소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또 빠르게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어요.

노네임프레스 풍경/사진=구선아기자노네임프레스 풍경/사진=구선아기자


Q. 두 분이서 함께 꾸려가는 스튜디오의 모습은 어떤가요?

박수연: 업무시간은 거의 꽉 채워서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자유로움을 추구하기는 하지만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이런저런 업무를 처리하고 나면 정작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돼요. 하지만 저희끼리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스튜디오이기 때문에 업무에 도움 되는 모든 것들에는 자유로운 편이에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눈독 들이던 서체를 구입하기도 하고, 비효율적일지라도 제한점을 두지 않고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하기도 하죠. 영웅님과는 꽤 오래된 친구 사이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느껴요.

장영웅: 과거에는 저희가 서로 굉장히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알고 보니 꽤나 다른 사람이었던 거예요. 특히, 내부에서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저는 돌진형이라서 일단 이해가 안 되거나 협의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그때그때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방법을 찾아가는 편인데요. 수연님은 이슈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한 뒤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을 선호하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방향에 맞추어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와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팀워크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Q. 디자이너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대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장영웅: 대전은 우리나라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도시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학부시절에 ‘일상의 실천’ 김어진 디자이너를 초청하여 세미나를 열었는데요. 오히려 저희 학교의 학생들보다 다른 학교, 다른 지역의 분들이 더 많이 참여해 주셨어요. 열기가 엄청났죠. 그때 대전이 지리적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전은 서울을 제외하고 청년 인구의 유입과 유출이 많은 도시 중 하나라고 해요. 대학이 무척 많기도 하고 연구기관이나 공공기관 등 일자리가 많다 보니 전국 각지에서 오는 청년들이 많죠. 이렇게 모인 사람들의 다양한 고향 문화가 뒤섞여 ‘샐러드볼 도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노잼도시라는 시선도 있지만 저에게 대전은 재밌는 매력을 가진 도시랍니다.

박수연: 영웅님 말씀처럼 대전은 중간 지점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쉬운 편이에요. 그래서 더더욱 경계를 짓지 않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있어요. 그리고 디자인 스튜디오부터 사진관,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저희와 비슷한 분들을 알아가면서 많은 에너지를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주 교류하면서 재미있는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 대전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고 싶기도 하고요.

Q. 그렇다면 반대로 대전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에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요?

장영웅: 앞에 말씀드렸던 ‘향유할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새로 알게 된 주변 동료들과 고민을 나누면서 많이 해소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역이라는 바운더리가 ‘함께 무언가를 더 만들어보자’라는 연대로 이어질 수 있는 울타리가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이런 움직임들이 모여 가시화되면서 많은 콘텐츠가 생겨나고 있고요. 다만 아직까지는 지자체 사업 등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쉬워요.

박수연: 아무래도 수도권 환경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제작 인프라의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이전에 서울에서 근무할 때에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바로 시장조사를 나가서 직접 원자재들을 보고 비교할 수 있었는데, 대전은 제작 풀이 넓지 않은 게 아쉬워요. 결국은 조금 멀더라도 서울에 가서 알아보게 되더라고요.

Q. 대전 혹은 다른 지역의 디자이너와 교류하는 네트워킹 모임이 있나요?

장영웅: 네트워킹 모임이라기보다는, 활동과 협업을 하면서 알아가게 되는 지역의 창작자들이 많아요. 그중엔 저희와 같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도 있어요. 그들도 모두 같은 고민 위에서 본인만의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할 얘기가 많죠. 그러다 보면 프로젝트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행동점 actpoint’라는 이름으로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수연: 저는 현재 FDSC라는 소셜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최근 커뮤니티 내에서 진행하는 ‘SEE-SAW 프로젝트’와 ‘FDSC 서당’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회원들과 함께 여성 디자이너로서 가지고 있는 공통된 고민과 생각을 나누고 있습니다.

◇작업 이야기-경계 안에서, 혹은 밖에서

플립 꿈돌 프로젝트 FLIP KKUMDOL PROJECT(2020)플립 꿈돌 프로젝트 FLIP KKUMDOL PROJECT(2020)












Q. 독자들에게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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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이제는 저희를 대표하는 작업이 되어버린 ‘플립 꿈돌 프로젝트'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대전마케팅공사에서 지원을 받아 진행하게 된 프로젝트인데요. 1993년에 개최된 대전 엑스포의 캐릭터 ‘꿈돌이’를 이용해 지역 상품을 디자인했습니다. ‘꿈돌이’는 대전에서 태어났고 대전을 상징하는 캐릭터인 만큼 ‘대전 여행’이라는 지역적 키워드를 연결시켜 다양한 굿즈를 제작해 보고자 했어요. 우선 꿈돌이가 대전의 낮과 밤에 걸어 다니는 애니메이션이 귀엽게 녹아있는 노트 세트를 플립 북 형태로 디자인했고요. 노트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목공 연필, 캐릭터 책갈피, 렌티큘러 카드 등의 제품군 제작도 시도해 보았습니다.

또 영웅님이 아이디어를 더해주셔서 노트의 플립북 액션을 따온 인스타그램 AR 필터를 제작하게 되었는데요. 사용자들이 필터로 사진 촬영을 할 때마다 곳곳을 걸어 다니는 꿈돌이와 함께 여행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어요.

장영웅: 저는 ‘로컬 콘텐츠’이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작업이어야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콘텐츠 제작의 목표인데, 대부분의 로컬 콘텐츠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더 흥미로워야 하고 더 도전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죠. 꿈돌이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귀여운 친구예요. 귀여움은 세상을 구한다고 하잖아요(웃음). 대전 시민들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꿈돌이와 함께 대전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박수연: 저희 노네임프레스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내부에서 정한 세 가지 미션이 있는데요. 하나가 ‘based local-지역에서 시작되는 콘텐츠’ 두 번째가 ‘Variable Media -다양한 매체 활용’, 세 번째가 ‘New Step-새로운 도전’이에요. 꿈돌이 프로젝트는 이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된 프로젝트여서 무척 애착이 가요.

보더리스사이트 Border-liss.site, 문화역서울 284, 2021보더리스사이트 Border-liss.site, 문화역서울 284, 2021








Q. 대전 기반의 스튜디오인데 서울역에 위치한 문화역서울 전시에 참여하셨네요?

장영웅:네. 김황 작가님께서 올해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기획전 ‘보더리스 사이트 (borderless-site)’에 ‘우리는 제자리를 걸었네(we make no progress)’라는 신작을 출품하셨는데요. 노네임프레스도 좋은 기회를 얻어 작가님의 작품에 Visual Director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프로젝트는 영상, 웹사이트, 워크숍, 페이퍼, 프로그램 프로브 등이 공간에 다양한 형태로 구현될 예정이었습니다. 작업 특성상 일관된 아이덴티티 시스템이 필요했고, 작가님은 그런 부분에서 저희 팀의 작업 방식을 믿어주셨죠. 작품의 제목이 담고 있는 키워드 '제자리 걷기'와 전시 키워드 '경계'를 다양한 판형에 따라 계속 맴도는 타이포그래픽 시스템을 통해 구현했어요. 비주얼 시스템은 워크숍과 전시가 진행되는 공간, 참여자가 직접 수행하는 디자인 프로브와 웹사이트 등에도 적용되도록 했습니다 전시를 관람하거나 직접 워크숍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경계’들을 마주할 수 있어요.

박수연: 저희가 학부시절 전시를 보기 위해 찾았던 문화역 서울에 저희 작업이 걸리니까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늘 동경해왔던 장소에서 관객들의 참여로 완성되어가는 저희 작품을 지켜보는 동안 무척 행복했던 것 같아요.

공예 공방 ‘이리드’의 브랜딩(2021)공예 공방 ‘이리드’의 브랜딩(2021)






Q. 최근에 대전 로컬 클라이언트를 통해 브랜딩 작업을 하셨다고요?

박수연: 대흥동에 위치한 옻칠 공방 스튜디오의 브랜딩 작업을 의뢰받았는데요. ‘주로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전통문화’를 계승한 브랜드의 가치를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고민했고 결국 ‘맞닿고 연결되다’ ‘닿고 연결되는’이라는 메인 키워드를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했어요.

장영웅: 여러 번 옻칠한 물건을 말리지 않고 어딘가에 올려놓으면 진이 아래에 달라붙으면서 흔적을 남기게 되는데요. 이런 특성이 전통문화 계승으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메인 로고시스템부터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그래픽 에셋까지 적용하면 어떨까 했어요. 특히 에셋 같은 경우는 직접 물감으로 색을 섞어 만들면서 작업을 해서 특유의 질감을 표현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작업이 제일 흥미롭고 재밌었던 것 같아요.

고불맹사성으로 보는 한국 문화 아트북 Korea Traditional Art Book, 2020고불맹사성으로 보는 한국 문화 아트북 Korea Traditional Art Book, 2020






Q. 노네임프레스만이 가지고 있는 다른 스튜디오와의 차별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박수연: 노네임프레스는 디자인 작업을 진행할 때 맥락에 맞게 스토리를 기획하고 그 정체성을 더 돋보일 수 있도록 확장시키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꿈돌이가 노트에만 그치지 않고 움직이는 렌티큘러 카드, AR 필터까지 적용된 것처럼요.

장영웅: 저희 스스로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매체에 도전을 잘 하는 편이에요. 특히 매체 선정에 있어 프로젝트가 가진 맥락과 공개되는 환경, 현실적인 제약 등을 입체적으로 고려하면서 선정하려 노력하죠. 그럼에도 완성도 있는 작업물을 보여드리려고 하는 것이 저희만의 강점이 아닐까 싶어요.

Q. 그래픽 디자인 외에 관심 있는 다른 디자인 분야가 있나요?

박수연: 요즘 저희 둘 다 K-POP 에 빠져있어요. K-POP 브랜딩이 콘셉트와 맥락에 맞게 다양한 매체로 발현되는 것이 무척 흥미롭더라고요. 문구류에 관심이 많아 MD 생활도 잠깐 해본 적이 있는데, 아이돌 굿즈나 앨범은 꼭 한번 작업해 보고 싶어요.

장영웅: 저 같은 경우는 최근에 아이돌 그룹 ‘아이즈원’에 푹 빠졌는데요. 좋아하게 된 계기는 그룹만의 개성 있는 서사를 담은 브랜딩이 무척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것뿐 아니라 앨범, 곡, 퍼포먼스,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팬과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텔링이 굉장히 임팩트 있었어요.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정의하고 서사를 풀어서 그것들을 그대로 노출시켜 자체 브랜딩화 하는 과정이 마니아층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력한 요소라고 봐요. 디자인을 할 때도 이런 프로세스를 비즈니스적으로 벤치마킹해서 작업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앞으로의 이야기-함께 그려가는 빈 공간들



Q. 대전에서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장영웅: 저희가 최근에 대학교 특강을 간 적이 있는데요. ‘주변 돌아보기’, 그리고 ‘경계 뛰어넘기’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했어요. 이 두 문장이면 질문에 충분한 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수연: 지역에서 공부한다는 것에 한계를 두지 않았으면 해요. 그리고 전시나 워크숍 혹은 세미나 같은 것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면 좋겠어요. 저희 또한 그런 활동들을 통해 많은 영향을 받았거든요. 주변을 주변으로 남기지 않도록, 늘 넓은 시선으로 주변을 돌아보라는 말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네요.

장영웅: 사실 ‘지역적 한계’라는 결론은 일종의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생각해요. 레퍼런스가 풍부한 세상에서 다양한 것들을 접해보면서 본인만의 취향을 구축해 나가면 어떨까요? 지역 내에서 구축되는 특유의 분위기를 뚫고 나오는 게 아무래도 쉽지는 않지만 그때 느끼는 무기력함이 어떤 지역만의 경계일 뿐이니 그걸 꼭 뛰어넘었으면 해요

박수연 : 그리고 평소에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의 성향은 어떤지 파악하고 작게라도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막상 좋아하고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안 맞을 때도 있거든요. 작은 부분이라도 경험해 보면 어떻게든 도움이 돼요. 나중에 기회가 올 때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기더라고요. 저 또한 스스로 택했던 길들이 훗날 이어져서 근사한 우연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박수연: 저는 요즘 틈날 때마다 가볍게 운전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운전이 익숙해지면 더 넓게는 대전이 아닌 지역까지도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를 꿈꾸고 있어요.

또 저희가 이웃 스튜디오들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이 있는데요. 앞으로 대전에서 재미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영웅님이 시작하신 노네임 워크숍도 지금은 휴식기지만 또 다른 방향으로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영웅: 저희가 겪어온 결핍이 확실하게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주변에 좀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커요. 과거처럼 세미나를 연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예비 디자이너와 주변에 소개해 주고 싶은 것들이 많거든요. 갈증이 있는 친구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움직임이 작게라도 시작된다면 그 흐름을 타고 독특한 영역의 문화가 생길 거라고 믿어요. 더 열심히 해서 그런 분위기에 일조해야죠!

구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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