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동북아평화 향한 ‘보다 큰' 한국의 꿈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오미크론 확산·악화되는 미중갈등

세계가 당면한 우선적 과제임에도

국가간 협력·연대보다 대립만 커져

세계 속 한국 위한 외교지평 넓혀야






2021년을 마감하고 2022년을 마주할 현시점에 한국을 위시한 전 세계 국가들이 당면한 우선적 과제는 오미크론 변이로 한동안 나타났던 회복 기조가 되돌려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갈수록 심화하는 듯한 미중 갈등 두 가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양자 공히 자국 경제·안보의 현재와 미래에 연결된 것이어서 어느 국가든 결코 소홀히 대할 수 없고 미래 전략을 고민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중요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 협력이나 연대보다는 대립이 우선이 되는 듯하다. 한국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겠는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1년을 준비하는 시점에 이러한 상황 전개가 드러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위험을 기회로 삼고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보다 큰’ 전략을 생각해본다.



첫째는 현재 진행되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전염병 유행과 같은 비전통 안보 이슈라 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국가 간 협력을 자연스럽게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연대를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진행에서 나타나는 국경 봉쇄나 백신 확보에서의 빈부국 격차, 발생지를 둘러싼 공방 등에서 보듯 막상 예상 밖의 전례 없던 코로나19 사태를 당하고 보니 자국의 보건 안보를 확보하고 그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치 탓에 국제적 협조가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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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에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기구의 역할이 부족했던 측면도 있겠지만 이는 힘을 기본으로 운용되는 국제정치의 속성상 비판하기보다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를 고려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국제 질서 변화 속에서 포퓰리즘과 그에 따른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역설적이지만 더욱더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 점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대형 국가가 갈등 및 대립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들이 기여할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일본에 대해 미국 일변도라는 견해가 많지만 일본 역시 미중 갈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이 많다. 특히 최근 들어 미중 갈등이 악화해 대립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제기된 대중 견제적 입장에서 다소 완화된 대중 관여적 입장들이 조심스레 제시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일본이 우려했던 중국의 공세적 부상 및 침입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이)를 넘어 대만으로까지 확산돼 미일 동맹의 틀에서 동북아 대립에 깊숙이 연루될 가능성이 높아진 때문이라고도 하겠다.

일본에서 중국은 예전부터 시장과 원료 공급지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고 이는 최근의 일중 경제 관계에서도 나타나는 바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국교 정상화가 체결된 1972년 이전의 냉전적 상황에서도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민간에 의한 무역 관계가 정부의 묵인하에 진행되고 유지됐던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유럽의 국가들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국가별로 방식과 속도에 차이는 있지만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중국의 권위주의적이고 대국주의적인 움직임을 비판하면서도 자본주의의 세계화로 서로 연계된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 대립적 주도를 무조건적으로 추인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결국 일본이나 유럽의 국가들이 공히 지난 세기의 발전을 가능하게 만든 가치와 제도를 중국의 공세적 부상이라는 새로운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면 유지할 수 있는가를 모두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고 여기에는 한국도 적극 참여해 역할을 다하고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나 미중 갈등 심화라는 21세기의 새로운 환경에 직면해 거의 모든 국가들이 새로운 발전 계획으로서의 ‘꿈’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겠는데, 중국의 ‘꿈’이 이러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아이러니는 무엇보다 자국 중심주의에 있다고 하겠다. 한국이 ‘보다 큰 한국의 꿈’을 키우자는 것은 한국 역시 자국 중심주의에서 벗어난 동북아 평화, 세계 평화의 관점을 갖자는 것이다. 또 그러한 관점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는 다원주의나 국제 협력주의 등이 한반도 평화의 염원과 통일의 꿈은 물론 ‘세계 속의 한국’을 가능하게 하고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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