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갈길 바쁜 CPTPP 가입, ‘개인정보 이전 문제’ 변수 되나

국내는 데이터 국경이동 제한

CPTPP 규정과 상충 소지 커

제한요건 완화법안 발의 불구

4개월째 국회 문턱 못 넘어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데이터 이전 자유화 등 일부 가입 조건을 아직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 지난 9월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발목이 묶여 있는 상태다.



1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CPTPP 14조는 ‘개인 정보를 포함한 정보의 자유로운 국경 간 이동을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공공정책 목적일 경우에 한해 이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데이터 이동을 막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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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내 규범은 데이터 이동에 각종 제약을 두고 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소비자의 개인 정보를 국외로 옮길 때는 대상 국가와 일시·방법 등을 사전에 고지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데이터가 국경을 넘는 것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동의를 얻을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점이 CPTPP의 규정과 상충될 소지가 큰 셈이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CPTPP가 ‘원칙적 허용, 예외적 제한’을 데이터 이동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원칙적 제한, 예외적 허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협정 가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CPTPP가 ‘공공정책 목적’이라면 이동을 제한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정책적 이유라 하더라도 우리처럼 모든 데이터의 이동을 제한하는 경우까지 용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CPTPP 규범은 가입을 위해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일종의 전제 조건이다. 기존 11개 가입국이 만장일치로 설정한 규칙인 만큼 신규 가입국이 협상을 통해 거부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의미다. 사전에 국내 규범을 정비하지 않을 경우 CPTPP 가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제한 요건을 완화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9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전히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은 개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이전 대상 국가의 정보 보호 수준을 신뢰할 수 있을 경우 등에도 데이터 이동을 가능하도록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등 최근 체결된 국가 간 협정을 보면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다 강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CPTPP 가입 목적뿐 아니라 글로벌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국내 규정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13일 CPTPP 가입 추진을 공식화한 데 이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 정부 (임기) 내에 CPTPP 가입 신청서 제출을 목표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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