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30대 극좌냐 50대 극우냐…칠레 차기 대통령에 눈길

30여년만 가장 양극화된 대선

16일(현지 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가브리엘 보리치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16일(현지 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가브리엘 보리치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칠레의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결선투표가 19일(현지 시간) 열렸다. 이번 결선투표에는 극우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후보와 극좌 성향의 가브리엘 보리치 후보가 오르며 민주주의가 회복된 1990년 이후 칠레 역사상 '가장 양극화된 대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35세의 보리치는 지난 2011년 저소득 학생들에 대한 무상 등록금을 요구하는 대규모 학생 시위운동을 조직하며 정치에 입문, 2014년 처음으로 국회의원으로 선출됐다. 밀레니얼 세대로 분류되는 보리치 후보는 고착화된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증세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사회안전망 확충과 평등한 사회를 위한 기업 등에 증세를 추진하며, 연금제도도 개편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지구 온난화 억제를 위한 연료세 인상 등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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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의 카스트 후보는 독일 이민자 가정의 출신으로, 지난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연방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낙태와 동성결혼을 강하게 반대해왔는데,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약 8%나 득표하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이번 대선에서 카스트는 범죄와 시민불안 단속 등에 대한 엄중한 단속 등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안전망 확충 등 보리치의 공약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그는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과 쿠바를 끌어내린 것은 가난"이라며 "사람들은 그곳에서 도망치고 있는데 독재는 오직 가난과 비참함만 불러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NYT는 냉전시대의 언어를 사용한 이 같은 메시지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자리를 잃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념적으로 양극단에 맞선 두 후보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보리치 후보는 카스트 후보를 '파시스트'라고 지칭한 반면 카스트 후보는 보리치 후보가 당선될 경우 베네수엘라처럼 실패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칠레 내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보리치가 칠레의 경제를 베네수엘라처럼 망가뜨릴 공산주의자로 보고 있는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카스트가 헌법을 독재정권 시대로 돌려놓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지난달 열린 1차 투표에서는 카스트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면서도,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보리치 후보가 약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어 보리치와 카스트는 최근 수십 년간 칠레 정치권을 장악했던 중도우파와 중도좌파 정당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선호하며 지지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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