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새와 의자





- 송찬호



그 의자가 만들어지기 전

나무였을 때

가지에 날아와 앉던

어떤 새를

의자는 기억하고 있다.

새벽을 깨우며 지저귀던



깃털에 찬 이슬이 묻어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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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지 짧은 어떤 새를

잊지 않고 있다

의자라는 직업을 갖기 전

의자라는 형벌의 정물로 만들어지기 전

새는 나무가 서 있던 자리를 몇날 며칠이나 찾아왔을 것이다. 우듬지가 있던 빈 허공을 맴돌며 고개를 갸웃거렸을 것이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새들을 어깨에 앉히던 나무가 어디로 갔을까. 바람에 나부끼는 부드러운 생을 버리고 딱딱한 직업을 갖게 된 나무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외다리로도 늠름하게 서 있던 나무가 네 다리로 서서 날개가 없는 무거운 짐승을 떠받쳐야 하는 까닭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새는 그루터기에 쌓이는 햇살을 쪼다가 자꾸만 줄어드는 숲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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