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실폭탄 눈앞인데 금융회사 배당 잔치 벌이겠다니


금융회사들이 올해 말 역대급 ‘배당 잔치’를 예고하고 있다. 5% 넘는 배당이 예상되는 20개 코스피 상장 기업 중 12개가 금융업이다. 특히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배당금은 사상 최대인 3조 7,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7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배당성향도 지난해 20% 수준에서 올해는 코로나19 이전인 26%대로 올라갈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들이 이익을 많이 내 배당을 늘리는 것을 마냥 나무랄 수는 없다. 4대 금융지주의 올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급증해 15조 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익의 내용은 달라진 게 없다. 자산 운용 능력이 나아진 게 아니라 금리 인상기에 예금보다 대출이자를 크게 올려 비정상적으로 예대 금리 차익을 거둔 탓이다. 특히 코로나19와 집값 폭등으로 국민은 힘들어하는데 금융회사들은 이자 놀이를 한 게 아닌지 의구심마저 품게 한다. NH농협을 포함한 5대 은행의 가산 금리는 지난달 기준 3.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신용 대출 평균 금리도 4% 돌파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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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걱정되는 점은 눈앞의 이익을 갖고 배당을 향유하고 있지만 정작 장부에는 대규모 잠재 부실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이후 당국의 팔 비틀기로 내년 3월까지 원리금 상환이 유예된 중소기업 대출은 200조 원을 훨씬 넘는다. 원자재값 급등으로 수익이 줄어든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긴축 파고가 몰아치면 정상 기업들도 부실화하고, 이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강타하게 된다. 금융회사들은 배당 축배를 중단하고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를 대비해 충당금을 가능한 한 최대로 쌓아둬야 한다. 당국도 감독 규정을 손질해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할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경기 대응 완충장치 없이 축제를 즐기다 부실의 소나기가 쏟아지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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