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뭐길래...3만명 퇴직연금까지 깼다

지난해 3만여 명이 1조 2,0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해 주택 매입 자금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급등하는 집값에 놀란 주택 실수요자들이 노후를 위한 퇴직연금까지 깬 것이다.

23일 통계청의 ‘2020년 퇴직연금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만 9,139명의 퇴직연금 가입자가 2조 6,192억 원의 연금을 중도 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대비 인출 인원은 3,691명, 인출 금액은 1,566억 원 늘어났다.



지난해 인출자 중 42.3%인 2만 9,231명이 주택 구입 자금 마련을 위해 연금을 인출해 인출 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른 사유로는 장기요양(23.7%), 주거 임차(23.1%) 등이 뒤를 이었다. 금액별로 보더라도 전체 인출 금액 중 46.3%인 1조 2,122억 원이 주택 구입 명목으로 인출됐다. 2019년에는 장기요양을 이유로 인출한 인원이 전체의 37.7%, 인출 금액은 51.8%를 차지해 여타 사유 대비 가장 많았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에 양상이 전환된 모습이다.

지난해 주택 구입 자금으로 퇴직연금을 깬 인원 수는 30대가 가장 많았다. 총 1만 3,706명이 퇴직연금을 주택 구입을 위해 인출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두드러졌다. 40대(9,535명), 50대(4,096명) 등의 순이었다. 또한 지난해 30대는 총 4,044억 원 규모의 퇴직연금을 주택 매입을 위해 인출했는데 이는 전년도(2,806억 원) 대비 44.1% 늘어난 값이다. 같은 기간 20대 또한 인출 금액이 1,413억 원에서 2,343억 원으로 65.8%나 늘어났다.

임차 보증금 마련을 위해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인원도 1만 5,966명으로 전체의 23.1%에 달했으며, 인출 금액은 4,270억 원으로 전체 인출액의 16.3%를 차지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인원 가운데 65.4%는 주택을 구매하거나 임차하기 위해서 연금을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