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유력 대선 후보가 부동산세 인하 선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공시가격 전면 재검토를 통한 보유세 부담 완화를 주장하자 정부와 여당은 20일 서둘러 당정협의를 갖고 내년 보유세 산정 때 올해 공시가를 적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한시적으로 동결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2023년 한꺼번에 ‘세금 폭탄’이 터질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내년 종부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올해 공시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내년 3월 중 발표하겠다고 했다. 정책의 윤곽은 내년 3월 대선 직전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여당의 ‘매표 정책’에 장단을 맞추는 셈이다. 또 이 후보는 청와대와 정부의 반대에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방안을 계속 고집하면서 시장의 혼선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장군 멍군’식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윤 후보는 23일 내년도 주택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 후보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한시 유예’를 의식한 듯 ‘2년 한시 유예’ 카드를 꺼냈다. 장기적으로 종부세·재산세 통합을 추진하되 그 이전에 1주택자 세율을 현 정부 이전 수준으로 인하할 방침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치솟은 부동산세 부담을 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 후보의 선심 공약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조세정책에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집값 폭등은 수요 억제를 위한 징벌적 세제와 규제에서 비롯됐다. 여권은 선거 때마다 땜질식 정책을 내놓고 납세 대상을 갈라치기 함으로써 세제의 틀을 누더기로 만들었다. 대선을 앞두고 벌이는 여야의 부동산 감세 경쟁은 득표 유불리만 따지는 극단적 포퓰리즘이다. 미국 조세재단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조세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26위로 5년간 9계단이나 떨어졌다. 대선 후보들은 교언영색의 조세정책에서 벗어나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세제의 틀을 개혁해야 한다. 예산 퍼주기도 모자라 세금을 놓고 고무줄 놀이를 하는 나라가 지속 가능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