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 보니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었다.”
2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일부 잘못을 인정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부풀리기와 잘못 기재한 사항 10가지를 제시했다. 이 자료는 최지현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이 김 대표와 함께 검토해 작성했다고 한다.
경력 부풀리기 3가지
먼저 2007년 수원여대 이력서의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 이력과 관련 “무보수 비상근직으로 상시적인 활동이 없었음에도 이력서에 그럴 듯한 경력처럼 기재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기획이사라는 직함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기획이사라는 직함도 등기이사 내지 사외이사로 혼동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대표가) 경력을 돋보이고자 했던 마음이 컸던 것은 사실”이라고 의도성이 있었음을 밝혔다.
에이치컬쳐테크놀로지와 대안공간루프의 근무 기간이 각각 2003년12월2일~2006년12월12일, 1998년~2002년으로 기재된 것과 관련 “허위는 아니나 전체적으로 재직 기간이 부정확하게 부풀려 기재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에이치컬쳐에서는 2004년 11월 설립 전부터 대표이사와 함께 일한 바 있으나 재직 기간을 정확하게 걸러내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대안공간루프 재직 기간은 기억에 의존해 쓰면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정확·잘못 기재 7가지
2004년 서일대 이력서에 서울광남중학교 ‘근무’라고 쓴 것은 ‘교생실습’의 부정확한 기재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2001년 한림성심대 이력서에는 ‘교생실습’이라고 맞게 적었다.
영락여상 미술교사 근무 이력을 서일대 이력서에서 ‘영락고’, 2007년 수원여대 이력서에서 ‘영락여자고등학교’라고 쓴 것도 잘못 기재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2013년 안양대 이력서에 ‘영락고등학교미술교사(2급 정교사)라고 쓴 부분도 ‘2급 정교사 자격 취득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긴 하나 부정확한 표기였다고 한다.
서일대 이력서의 ‘2003년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대학원 박사과정(정부지원 BK21 사업프로젝트)’도 부정확한 기재였다.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이 1999년 정부 BK21 특화사업을 통해 설립된 점을 강조하려 했으나 BK2사업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했다고 읽힐 여지를 준 부정확한 서술이었다는 것이다.
안양대 이력서 ‘서울대 경영대학원 경영학과 석사’·국민대 지원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석사’ 표기의 경우 일반대학원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기를 한 것도 잘못이란 입장이다. 김 대표는 일반대학원이 아닌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직장인 대상 2년 주말 과정 EMBA 과정 석사를 취득했다. 국민의힘은 “사업과 학업을 병행하던 김건희 대표는 학계의 정확한 용어나 체계에 익숙하지 않아 통상 부르는 대로 경영대학원으로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수상 이력인 2004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대상·대한민국애니매이션대상특별상 등은 에이치컬쳐 부사장으로 재직할 때 회사의 홍보포트폴리오에 있던 내용을 그대로 기재한 것으로 ‘단체 수상’을 명시하지 않아 부정확한 기재이자 잘못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김 대표는 다른 ‘개인 수상 경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던 상황이었으나 개인 수상은 쓰지 않고 ‘산학 겸임교원’ 지원이라는 생각에 회사의 수상 경력을 그대로 옮겨 쓴 것”이라고 부연했다.
재직증명서 위조 의혹 등은 반박
김 대표는 민주당이 제기한 일부 의혹은 강하게 반박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 위조 의혹에 대해서는 재직증명서의 도장이 JTBC 취재로 한국게임산업협회 법인인감 도장인 사실이 확인됐으며 다른 회사 재직증명서의 인영도 당시 회사에서 사용하던 도장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에이치컬쳐 등 재직 기간을 부풀리기 한 것이 겸임교수 자격을 갖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당시 수원여대 임용 세칙에는 3년 근무 등 기간 요건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뉴욕대 연수의 경우 서울대 GLA 6개월 과정에 포함된 프로그램이고 별도 수료증도 있다고 강조했다. 안양대 지원서에는 이를 ‘학력’ 란에 썼으나 ‘연수실적’란이 없어 ‘연수’ 사실을 명기해 기재했다는 설명이다. 수원여대 지원서에는 ‘연수실적 란’이 있어 연수프로그램 명을 정확히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부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법적인 이야기지만, '허위'라는 단어는 재판 과정에서 증명하려면 다른 요소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 약간 다르다고 해서 허위인 것은 아니란 점을 감안해주셨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사안 해명은 못해…민주당, 반박도 예고
다만 김 대표는 모든 사안에 대해 해명하진 못해 의혹 제기가 끝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김 대표가 한림성심대 이력서에 쓴 1995년 5월 ‘미술세계대상전 입상(우수상)'의 경우 당시 수상 기록에는 김 대표 이름이 없으며 관련 기록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수상이력 허위 의혹과 관련 “(김 대표는) 다양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으나 26년전 수상내역부터 검증대상이 되고 있어 실시간 팩트체크가 다소 제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의 1995년~2001년 4회 수상 경력을 확인했다며 “확인된 과거 수상내역부터 공개해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국민의힘은 뉴욕대 연수와 관련해 김 대표가 이력서에 뉴욕대 연수가 포함한 서울대 GLA 전체 과정을 적지 않고 뉴욕대 연수만 별도로 빼서 쓴 이유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이 역시 돋보이기 위한 꼼수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김 대표 해명에 대한 추가 검증을 예고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10년 넘게 반복적 고의적으로 허위조작된 이력에 대해 대부분을 기재오류, 단순실수라는 식으로 본인의 잘못을 축소하고 있다”며 “민주당 차원의 추가 반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