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김건희 재직했다는 '루프'는 어떤 곳?

김건희 사과 후, 국민의힘 해명자료 거론

'대안공간 루프'는 국내 첫 대안공간

영향력 있는 미술기관…인재배출 화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성형주기자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일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부풀리기와 잘못 기재한 사항 10가지를 제시했고, 여기에 언급된 ‘대안공간 루프’가 관심을 끌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김건희 대표가 ‘대안공간 루프’에 재직한 기간을 1998년~2002년으로 기재한 것은 “기억에 의존해 쓰면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가 이력에 명시한 것과 달리 대안공간 루프는 1999년에 개관했다.

■대안공간 루프는 어떤 곳?



대안공간 루프(LOOP)는 지난 1999년 3월 개관한 비영리 미술기관이다. 일반적으로 미술기관은 크게 미술관과 갤러리로 나뉜다. 미술관은 소장품을 기반으로 전시·교육 역할을 수행하는 공공 목적의 비영리 기관이고, 갤러리는 영리 목적의 미술품 거래가 주 업무다. 혹은 돈을 내고 전시장을 빌리는 ‘대관 화랑’이 있다. 이들 속에서 등장한 ‘대안 공간’은 말 그대로 미술계에서의 대안적(Alternative) 역할을 추구하는 일종의 ‘제3 지대’로서, 1960년대 말 미국 뉴욕에서 작가들이 운영했던 비영리 공간 등을 그 기원으로 삼는다. 상업자본에 의존하지 않은 채 공적기능인 작가 발굴을 수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류 미술만 소개하는 것이 아닌, 실험미술이나 신진 예술가들의 등용문이었고 문화 담론의 생산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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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 창작공간(레지던시)로 문 연 쌈지스페이스가 이후 2008년까지 ‘대안공간’으로서 활약했다. 서울시립미술관장을 지낸 김홍희 씨가 이끌며 김홍석·양혜규·이불·이주요·장영혜·정서영 등 주요 작가를 배출했다. ‘대안공간 루프’는 1999년 3월 마포구 홍대 앞에서 개관한 곳으로, ‘대안공간’의 기치를 이름에서부터 내걸고 출발한 첫 사례였다. 비슷한 시기에 ‘풀’ ‘사루비아다방’ 등이 연달아 문을 열었다.

대안공간 루프 외관.대안공간 루프 외관.


■인재배출의 성지


대안공간 루프는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출신의 젊은 작가 4명이 뜻을 모아 시작됐다. 특히 유학파 작가들의 귀국 첫 무대로서 신선함을 과시했다. 권오상·김기라·박미나·성낙희·오인환·이동기·이환권·임민욱·정연두·한경우·함경아·홍영인 등 걸출한 작가들이 루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작가만 배출한 게 아니다. 대안공간에서는 전시기획과 기금 확보, 행정 업무 등을 동시에 수행해야 했기에 ‘큐레이터 양성소’ 역할도 도맡았다. 신보슬 토탈미술관 큐레이터, 김인선 윌링앤딜링 대표, 임산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교수, 임종은 독립 큐레이터 등이 대안공간 루프의 큐레이터 출신이다. 아르코미술관장과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을 지낸 김현진 씨도 초창기 대안공간 루프에서 큐레이터로 일했다. 모두가 ‘실력파’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현재는 양지윤 책임큐레이터가 루프를 이끌고 있다.

공동 디렉터였던 윤재갑 전 하우아트뮤지엄 관장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역임했다. 최장수 루프 디렉터였던 서진석 씨는 현재 울산시립미술관장으로 개관전을 준비하고 있다.

‘무브온 아시아’ ‘공장미술제’ 등 대안공간 루프는 다양한 국제 협력·교류 행사를 주관하며 국내 대안공간 중 영향력 1위를 지켜왔다. 설립 20주년이전 지난 2019년 5월에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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