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동헌 칼럼] 자산거품과 부실위험의 경고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3분기 말 가계·기업 빚 규모 사상최대

자산거품 붕괴 땐 성장률 -3% 우려

한국판 '잃어버린 20년' 가능성 제기

자영업자 부실위험 관리 전략도 필요







최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 비율은 219.9%로 가계와 기업의 빚(신용)이 전체 경제 규모의 2.2배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 폭등 및 주가 상승에 편승해 주택 구매와 주식 매입을 위해 ‘빚투(빚을 내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빌린 가계대출, 그리고 코로나19의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이 버티기 위해 낸 빚이 이제 경제의 약한 고리가 돼 부메랑으로 돌아올 상황이다. 한은은 이런 금융 불균형의 심화로 자산 거품이 붕괴되면 경제성장률이 -3%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로 업력 회복에 기대를 걸었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오미크론이라는 변이 바이러스 날벼락에 망연자실하는 현 상황에서 한은의 경고는 한국판 ‘잃어버린 20년’의 가능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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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2017년 5월 6억 700만 원에서 2021년 10월 12억 1,60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2021년 3분기 말 기준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06.5%로 1년 전보다 5.8%포인트 상승했고 이는 기업신용 비율 상승 폭(3.6%포인트)보다 컸다. 가계부채는 1,844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7% 늘었는데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보다 빨라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분기 말 174.1%에 달했다.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887조 5,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4.2% 늘어 가계대출보다 증가 폭이 더 가팔랐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3억 5,000만 원으로 비자영업자 차주보다 4배나 높았다. 신용대출 증가율도 코로나19 이전에는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자영업자는 18%, 비자영업자는 11.2%로 차이가 났다. 코로나19 이후 임금 근로자의 소득은 증가한 반면 자영업자 소득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금융 지원이 종료되고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이를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부실 위험을 안을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가계부채 뇌관과 자영업자 부실 위험 관리가 중요 이슈로 부각되는 가운데 우리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1987년부터 주가·지가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해 1990년에는 3배까지 상승했다. 이에 자산 거품을 우려한 일본 정책 당국이 급격한 긴축 금융을 단행했고 부동산 관련 대출 총량 규제를 시행함에 따라 자산 거품은 붕괴됐다. 이후 실물경제의 동반 침체, 내수 부진, 소비자물가 하락, 소비 위축, 기업의 투자 감소 등이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이는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2010년대 초반까지 20년에 걸쳐 일본 경제는 저성장·저물가·저고용으로 특징되는 장기 침체를 경험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확장적 재정·금융정책이 거품경제의 원인을 제공했고 거품 억제를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과 세율 인상 등의 긴축재정 정책 대응이 성장률 급락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 정책 실패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심화와 글로벌 공급난 등으로 2022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인플레이션도 3%를 넘고 있어 한은 역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가계대출 증가세의 추세적 완화를 통해 자산 거품을 빼고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금리 인상에 취약한 차주 등은 물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자산 가격 안정과 부채 관리 정책으로 활용되는 데 세심한 유의가 필요하다. 자영업자 부실 위험은 코로나19의 충격과 정부 방역 정책 준수에 따른 업력 저하로 초래된 상황이기 때문에 경기 대응적 거시 정책보다 피해·취약 계층의 경제활동 회복을 위한 신속하고 충분한 재정·금융 지원의 관리가 필요하다. 이후 코로나19에서 벗어난 일정 시점에서 자영업 부실 위험을 차단하는 출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잃어버린 2년’이 ‘잃어버린 20년’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 혜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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