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IT업계가 쏘아올린 개발자 쟁탈전… 유통·제조 등 타 분야까지 ‘확전’

[2021 ICT 메가트렌드] <3> DX 급증에 개발자 확보 전쟁

네이버 올 900명 채용목표 초과

인재유출 막으려 적자기업들 출혈

코딩학원 구직자 문전성시 현상도

디지털전환 금융사도 영입경쟁 가열

자금력 부족 중기 인력난 심화 예상

제도권 외 인재양성 코스 다각화 필요





올 한 해 역대급 인력 채용에 나선 정보기술(IT) 업계는 앞다퉈 연봉 인상을 하며 우수 개발자 선점에 열을 올렸다. 게임업계에서 시작된 개발자 쟁탈전은 곧 IT업계 전반으로 퍼졌고, 유통, 금융 등 전통 산업군까지 옮겨 붙으며 더욱 치열해졌다. 출혈 경쟁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도태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불거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어질 개발자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기존 제도권을 통한 인재 양성에만 기대지 말고 민간 기업 자체적으로 IT 인재를 빠르게 양성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봉 파격 인상에 월간 영입까지 등장…IT업계 개발자 입도선매

=코로나19로 인해 취업난이 극심한 와중에도 개발자들은 올해 웃음꽃을 피웠다. 업체들이 앞다퉈 연봉 인상 카드를 꺼내며 개발자 구인에 혈안이 됐기 때문이다. 먼저 게임업계가 줄인상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2월 넥슨이 초임을 800만 원 일괄 인상하며 개발자 초봉 5,000만원 시대를 열자 넷마블,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펄어비스 등 주요 게임사들도 질세라 경쟁적으로 연봉을 올렸다. 베스파, 베이글코드 등 적자 회사들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연봉 1,200만~ 2,300만원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연봉 인상 릴레이는 곧 IT업계 전반으로 퍼졌다. 삼성SDS, LG CNS 등 SI(시스템통합) 업체들은 각각 기본급 최대 6.5%, 연봉 평균 7% 인상을 단행했다. 직방, 당근마켓, 토스 등 자금 여력이 되는 유력 스타트업들도 연봉 경쟁에 가세했다. 특히 토스는 기존 직장 연봉 대비 최대 50% 인상, 스톡옵션 1억 원 상당을 보장하며 ‘토양어선(토스+원양어선)'이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업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약속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최고 연봉’ 경쟁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이내 ‘최대 채용’ 경쟁이 불붙었다. 올해 개발자 900명 채용을 선포한 네이버는 이미 지난 11월 기준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00명보다 50%나 많은 인원을 충원한 데 성공한 것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지난 4월부터 매월 경력 공채를 정례화하는 ‘월간 영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카카오도 올해 전년 대비 신규 채용 인원이 약 20% 늘었다. 올해 700명 채용을 선언한 크래프톤도 작년 12월 기준 2,026명이던 직원 규모를 올해 11월 30일 기준 2,604명까지 늘리며 목표를 상당 부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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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인기가 절정에 이르자 코딩학원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코딩교육 스타트업 ‘코드스테이츠’가 운영하는 가장 대표적인 교육 프로그램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트캠프’ 지원자수는 올해 1만135명으로 지난해(3,152명)보다 222% 늘었다. 코드스테이츠 관계자는 “개발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물론, 인력 확보를 위해 처우가 개선됨에 따라 관련 직군에 대한 구직자들의 관심도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전통 산업군까지 가세…계속되는 인력난

=개발자 입도선매는 상반기를 넘어 하반기까지 이어졌다. 특히 최근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금융, 증권, 유통 분야도 개발자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가장 개발자 영입에 힘쓰고 있는 건 금융사다. 올해 9월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IT 전문인력 채용 규모는 412명으로 지난 2017년(210명)에 비해 2배 가량 증가했다. 반면 올해 정기공채 규모는 1,382명으로 지난 2019년(2,158명)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뱅킹으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고, 내년부터 시작될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은행들은 일반 직군 공채는 줄이고, 개발자는 수시채용까지 동원해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등 신흥 유통 강자들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전통 유통 기업들도 개발자 구인에 한창이다. 롯데온은 최근 세 자릿수 규모로 IT, 사용자경험(UX) 직군 경력 사원을 채용했다. 신세계의 SSG닷컴은 지난 7월 두 자릿수의 개발 경력직을 채용하고, 내년 상장에 앞서 개발자 전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도 했다.

개발자 구인난이 산업 전반으로 퍼지며 인력난 문제는 앞으로도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주요 IT 분야의 올해 인력 부족 규모는 9,453명이며 내년엔 1만4,514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대기업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이 더욱 심각하다. 이에 정부도 내년 상반기까지 개발자 5,000명 양성을 목표로 ‘벤처스타트업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인력난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정부 노력만으로는 인력 부족 해소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5년간 SW 분야 신규 인력 수요는 35만3,000명으로, 대학을 비롯한 정규 교육과정과 정부 사업을 통해 배출되는 32만4,000명과 비교했을 때 약 3만 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삼성청년SW아카데미, 우아한테크코스 등 민간 기업에서 주도하는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팀장은 “정부 차원에서 민간 기업이 추진하는 SW 과정에 학위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며 “다만 국가직무능력표준(NCS)처럼 각 기업별 커리큘럼을 어느 정도 표준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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