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국제선 운항 축소 불가피…글로벌 경쟁력 저하 우려

항공업계 “통합 취지 퇴색될것” 지적

사업 축소로 구조조정 우려도 재점화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을 위한 조건으로 공항 슬롯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을 내걸면서 자칫 국가 기간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통합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단 공정위가 운수권 반납을 시사한 만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알짜 노선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운수권은 국가 간 항공 협정으로 각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에 배분하는 운항 권리다. 현재 유럽 노선의 경우 영국은 전체 주 17회 운수권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주 10회·7회, 독일은 총 주 14회 중 각각 주 7회씩으로 두 회사가 대부분의 운수권을 100%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터키·인도·인도네시아 노선 운수권도 모두 갖고 있다. 이에 해당 노선의 운수권을 저비용항공사(LCC)에 재배분할 경우 양대 항공사의 통합에 따른 독점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슬롯 반납도 마찬가지다. 슬롯은 공항에서 시간당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최대 횟수를 의미한다. 항공사는 출발·도착 공항의 슬롯을 각각 확보해야만 운항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 2019년 기준 대한항공의 인천공항 슬롯 점유율은 24%, 아시아나항공은 16%였다. 계열사 LCC인 진에어(6%)와 에어부산·에어서울(3%)을 합쳐도 점유율은 49%에 그친다. 다만 탑승객이 몰리는 낮 시간대의 경우 5개 사의 점유율이 57%까지 오르기 때문에 낮 시간대의 슬롯은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대한항공은 “심사보고서를 송달받으면 구체적인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정리해 공정위와 협의해나갈 예정”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다만 논의 선상에 오르는 노선이 구체적으로 정해지게 되면 대한항공이 이의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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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 결정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의 실정을 외면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 대형 기종을 보유해야만 운항이 가능한데 당장 코로나19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LCC업계가 대형기 구매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리스를 통해 대형기를 구해도 대형 항공사와 LCC의 주력 시장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독점 노선이라도 외항사나 국내 LCC가 신규 운항을 계획하지 않는다면 통합 이후라도 두 항공사만 운항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운수권과 슬롯 축소는 항공 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통합의 취지에 어긋나는 방향”이라며 “통합 항공사의 몸집이 줄어들면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라는 목표 달성도 요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운수권 및 슬롯 축소가 고용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인위적 구조 조정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인력 조정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반면 LCC업계는 일단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존 저비용·단거리 중심의 사업 모델을 고비용·장거리까지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이 내년 2월부터 중형기인 A330-300 항공기 3대의 순차 도입을 결정하는 등 장거리 운항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LCC업계 관계자는 “장거리 노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거리 노선 등에서 사업의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5개 항공사 외 기업들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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