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시인이자 정원사가 오랜 기간 두더지 사냥꾼으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두더지의 생태와 사냥꾼으로서의 삶을 자전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토양을 헤집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두더지는 농경지나 정원의 큰 골칫거리 중 하나로, 영국에서 두더지 사냥꾼은 수백 년 동안 존재해 온 전통적 직업이다.
책은 두더지가 농작물에 해로운 동물로만 여겨지는 편견과 오해를 벗겨내고자 한다. 두더지의 생태와 습성에 깃들어 있는 다양한 모습을 전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생명체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저자가 말하는 두더지의 생존 기술에서 첫 번째 규칙은 ‘위험한 것은 우회하라’다. 두더지는 땅 속에서 좋아하지 않는 것과 마주쳤을 땐 파내서 지표면 위로 밀어 올리거나 굴을 막은 채 아래로 땅을 파서 우회한다. 두더지가 농작물을 파헤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책은 저자가 자연과의 유대감을 아낌 없이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열 여섯 살에 어머니를 여읜 저자는 2년 가까이 부랑자로 사는 동안 숲속과 강가에서 야생 생물들과 함께 하며 인간인 자기 자신도 그들과 똑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후 정원사로 정착하고 겨울철에는 두더지 사냥으로 생계를 꾸리는 동안 자연과의 합일이 주는 기쁨도 느끼게 됐다고 고백한다. 1만7,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