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전자 계열사들이 최고기술책임자(CTO) 신규 선임으로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설계는 물론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연구 인력을 영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대응 전략에 따라 기술 인재 중용 및 원천 기술 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그룹 전자 계열 회사인 SK하이닉스·SK㈜ 머티리얼즈 등은 회사 내 핵심 기술 연구개발(R&D)을 책임지는 CTO를 신규 선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SK하이닉스는 회사 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는 미래기술연구원장(CTO)으로 차선용(사진) 부사장을 새롭게 선임했다.
차 CTO는 올해까지 SK하이닉스의 D램 개발을 총괄했다. 올해 업계 처음으로 극자외선(EUV)을 적용해 양산한 10나노급 4세대(1a) D램, 업계 최초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 개발 등을 이끈 주역이다. 올 초 열린 ‘세미콘 2021’ 기조연설자로 나서 고효율 메모리 기술을 소개하면서 대중과 소통한 경험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에 새로운 CTO 선임을 통해 기술 경쟁력 강화를 노린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중국 후발 업체들이 메모리 기술력을 바짝 뒤쫓는 가운데 기술 분야 수장 교체로 신선한 변화를 강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제조용 각종 화학 소재를 생산하는 SK㈜ 머티리얼즈도 인재 영입으로 변화를 꾀한다. SK㈜ 머티리얼즈는 새로운 최고기술책임자로 하정환 CTO를 선임했다. 하 CTO는 사내 글로벌테크센터장 임무를 수행한다. SK㈜ 머티리얼즈 자회사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대표이사도 겸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하 CTO는 회사의 주요 신사업으로 손꼽히는 첨단 화학 소재 기술을 집중 육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세계적인 반도체 칩 제조사, 글로벌 외국계 회사에서 화학 소재를 연구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다.
SK㈜ 머티리얼즈는 지난해 2월 금호석유화학의 반도체 소재 사업부를 인수했다. 이후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라는 자회사를 출범해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섰다. 하 CTO에게 핵심 역할을 맡기면서 해외 업체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첨단 반도체 소재 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 전자 계열사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기술 리더십을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최 회장의 반도체 공급망 대응 관련 발언에도 인재 확보에 대한 생각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지난 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국가별로 분쟁이 나타나면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을 준다”며 “온갖 종류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