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사내 급식 이어 물류·SI까지 칼날…공정위 '일감 나누기' 압박도 거세

삼성 급식 놓고 2,000억 소송전

'복지 향상이 부당 지원이냐' 논란

내년부터 물류·SI 공시 의무 강화

보안 위협 속 '언제든 표적' 우려

삼성웰스토리 /서울경제DB삼성웰스토리 /서울경제DB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일감 나누기’를 앞세워 대기업을 압박하면서 기업들의 사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가 삼성·SK의 사내 급식에 칼을 들이댄 데 이어 물류와 시스템통합(SI) 분야에서도 공시 의무를 강화한 것은 기업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도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는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가 공정위의 급식 관련 제재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1차 변론 기일을 내년 2월 24일로 잡았다. 삼성웰스토리가 별도로 제기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의 변론 기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삼성 측이 미래전략실 주도로 급식 관련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급식을 몰아주고 높은 이익률을 보장했다며 삼성전자 등 5개사에 과징금 2,349억 원을 부과하고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고발했다. 삼성전자에 부과된 과징금 1,012억 원은 국내 단일 기업으로는 사상 최다액이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다. 공정위는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한 2015년 9월 이후 삼성웰스토리가 전체 영업이익 중 75%를 담당했다며 “웰스토리가 단체 급식 내부거래를 통한 안정적 수익 창출을 바탕으로 총수 일가의 핵심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수행했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위는 SK그룹의 급식을 담당했던 후니드에 칼을 빼들기도 했다. 공정위는 5월 후니드와 수의계약을 맺고 단체 급식을 제공받은 SK에너지와 SK하이닉스 등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2004년 설립된 후니드는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장손 최영근 씨 등 삼남매가 한때 70%의 지분을 보유했던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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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대기업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부당한 지원을 했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급식 계열사를 통해 사내 급식의 질을 높이고 직원의 복지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도 공정위 제재 발표 이후 “‘최상의 식사를 제공하라’ ‘직원 불만이 없도록 하라’는 경영진의 지시가 부당 지원이냐”며 유감을 표했다.

재계는 공정위가 최근 대기업집단의 물류·SI 관련 공시 의무를 강화한 것을 두고도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공정위는 내년 5월부터 계열회사 간 물류·정보기술(IT) 서비스 연간 거래 금액이 매출 또는 매입액의 5% 이상이거나 50억 원(상장사는 200억 원) 이상인 경우 관련 현황을 연 1회 공시하도록 했다. 재계에서는 대기업의 물류·SI 관련 내부거래 비중을 공개하고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라는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SI 사업의 특성을 무시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의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SI 사업의 특성상 보안이 중요하고 수시로 수정해야 할 일이 많아 외부 업체에 맡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내부거래를 축소하면 SI 계열사의 실적이 낮아져 해외시장 진출이 어려워지는 등 산업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앞서 공정위는 IT 서비스 일감 개방 관련 자율준수안을 마련해 대기업이 합리적 비교를 통해 거래 상대방을 고른 경우, 긴급한 상황이나 높은 보안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계열사에 일감을 줄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웰스토리가 대기업 급식 업체의 본보기가 됐던 것처럼 물류·SI 업체들도 언제 공정위의 표적이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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