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올해 4%대 상승한 채 마감했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등 홍색 규제와 유동성 공급 등 부양기대 사이에서 요동치다가 그나마 상승장을 이룬 것이다. 시진핑의 장기집권 추진이 예상된 내년은 안정 추구와 함께 일단은 증시도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31일 중국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0.57% 상승한 3,639.78로 마감했다. 올 한해 상승률은 4.80%다. 올해 전반적으로 상승세였지만 3월과 6·7월, 10월에 약세를 보이면서 전체의 상승폭을 줄였다. 이와 함께 이날 선전성분지수도 0.41%를 상승한 1만4,857.35로 마감했다. 올 한해 상승률은 2.67%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주요 국가 최고 수준인 8%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가 상승률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셈이다.
주된 이유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홍색 규제’ 때문으로 해석된다. 알리바바 등 빅테크에서 시작된 규제가 사교육, 연예계 등으로 확산됐다. 실제로 타격을 받은 기업들은 소수에 그쳤지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를 가라앉히기에는 충분했다.
그럼에도 증시를 떠받친 것은 유동성이다. 올해(1월1일부터 12월23일까지) 홍콩의 거쳐 중국 증시에 순유입된 외국인 투자금인 ‘북향자금’은 655억 달러(약 78조원)에 이르렀다. 이는 작년의 두 배 수준이다. 중국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기대에 초과 수익을 노리는 자금들이 몰려든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7월과 12월에 금융기관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고 이달 20일에는 기준금리 성격의 대출우대금리(LPR)까지 낮췄다. 하반기 들어 경기둔화 속도가 빠라지는 가운데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고 이는 증시 부양으로 이어진 것이다.
내년에도 규제 축소와 유동성 공급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지난 10일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년도 경제 기조를 “안정”으로 정하고 지속적인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거품 우려로 부동산 규제를 하던 데서 최근 대출 지원에까지 나선 상태다.
다만 내년도 중국 경제성장률이 당초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점, 중국 증시의 지체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보면 내년 증시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2015년 12월 31일 상하이지수 종가가 3,539.18이었다는 점에서 이후 6년 동안 겨우 2.84% 상승한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 국내총생산(GDP)가 50% 가량 늘어난 것과 크게 비교된다.
특히 내년 정치 정세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3연임(5년 단위로 15년 집권)을 추진하고 있는데 수뇌부의 밀실담합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를 식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시진핑이 3연임을 한다면 이는 지난 1992년 이른바 덩샤오핑식 ‘개혁개방’과 함께 안착했던 ‘10년 단위의 권력교체’가 30년 만에 허물어지는 것이다. 경제의 최대의 장애는 불확실성이라는 점에서 중국 정치가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가중시키는 것이다.
케빈 테이 UBS자산운용 최고투자전문가는 “중국 주식은 매우 매력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빠른 반등이 기대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