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시그널] 스타트업 자금 조달 단골메뉴 'RCPS'가 뭐길래?

전환권·상환권 동시 보유로 안전장치 마련

벤처 투자 붐 일면서 잇따라 발행 및 투자

일반 투자자는 매물 출회 리스크 유의해야

판교 테크노밸리 내 스타트업 캠퍼스 전경/사진제공=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판교 테크노밸리 내 스타트업 캠퍼스 전경/사진제공=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




#비대면 중고차 판매 플랫폼 기업인 헤이딜러가 새 해 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헤이딜러는 이 돈을 서비스 지역 확장과 신규 서비스 개발 등에 쓸 계획입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형태로 투자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미세먼지 저감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 로우카본도 최근 200억 원 규모 투자 유치를 확정했습니다. 퍼시픽브릿지자산운용 등이 투자자로 나서 생산 설비 확충에 돈을 댈 계획입니다. 로우카본 역시 RCPS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필요 자금을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2년 동안 벤처 투자 붐이 일면서 부쩍 눈에 띄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RCPS입니다. 상장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보통주나 우선주는 일반 투자자에게도 익숙하지만 RCPS는 조금 낯섭니다. RCPS는 뭐길래 이토록 자주 언급될까요?

먼저 RCPS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RCPS는 교환할 수 있고(Redeemable) 전환 가능한(Convertible) 우선주(Preference Shares)입니다. 즉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과 만기가 되면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이 있는 주식이란 거죠.

이처럼 RCPS는 두 가지 권리를 가진다는 측면에서 흔히 접하는 보통주, 우선주와 차이가 있습니다. 전환권만 있다면 단순히 주식의 일종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상환권의 존재가 RCPS에 채권 성격을 부여합니다. 채권과 마찬가지로 RCPS도 상환시 사전에 조율된 금리로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많은 RCPS 투자자들이 상환권보단 전환권을 우선 순위로 고려합니다. 상환권은 기관투자가 중에서도 큰 금액을 운용하는 보수적 투자자가 주로 활용하는 옵션이고 대다수 투자 건에서는 일종의 안전 장치 정도로 여겨집니다.



기업은 RCPS로 자금을 조달해 성장하고, 투자자는 RCPS를 주식으로 전환해 돈을 버는 것이 모두에게 행복한 결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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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선 RCPS 발행·투자 후 기업가치가 올라야 합니다. 발행사가 미래 성장성을 입증하고 실적을 쌓아야 투자자의 차익 실현을 위한 길이 열리니까요. 투자자는 RCPS를 다른 투자자에게 비싼 가격으로 넘기거나 기업공개(IPO) 후 주식 시장에서 매각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발행 조건에 따라 보통주로 전환할 때의 가격을 낮추는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옵션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리픽싱은 투자 시점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기업가치가 오르지 않았을 때 전환권으로 확보하는 보통주 주당 가격을 낮춰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그래도 만기까지 전환이 여의치 않으면 그때는 상환권 행사를 고려해야 합니다.

전환권, 상환권에 전환가액 조정 옵션, 상환시 이자 지급 조건까지. 언뜻 보기에도 RCPS는 발행사보다 투자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구조입니다. 스타트업과 벤처 기업이 자금 조달이 절실하고 투자에 따른 위험이 높을수록 RCPS에 조건이 추가되거나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RCPS가 '만능키'는 아닙니다. RCPS 상환은 기업의 배당가능 이익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상환권의 존재가 무의미해지는 것이죠.

기업도 RCPS 발행에 따른 회계적 부담을 감수해야 합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RCPS를 부채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취득가액과 상장 후 시가의 차이가 클수록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커지게 됩니다. 실제 현금 유출은 없으나 회계상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IPO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저평가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RCPS 발행사가 IPO를 준비할 때 주관사가 나서서 투자자에게 보통주 전환을 요구하곤 합니다. 국내 상장사는 K-IFRS 도입이 필수입니다.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해야 회계 부담이 줄어들고 주식 공모 흥행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겠죠.

다만 모든 투자자가 IPO 전 보통주 전환을 택하는 건 아닙니다. 앞서 얘기한 대로 RCPS는 전환가액 조정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RCPS 취득가액과 공모가가 비슷하다면 조건에 따라 30%까지 전환가액 조정이 가능한 옵션을 포기할 이유가 없겠죠. 공모주 투자자 입장에선 RCPS의 존재에 따라 상장 초반 주식 매물이 쏟아질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겠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는 RCPS에 직접 투자할 일이 흔치 않지만 투자 기업이 RCPS를 발행한 경우 보통주 전환 여부와 규모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비상장 주식이나 공모주에 투자할 때 RCPS 조건이 향후 주가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최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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